와타나베 미카
와타나베 미카

전 북한 정찰총국 대좌 김국성이 작년 10월 BBC 인터뷰에 이어, 최근 <주간조선> 인터뷰에서 증언한 내용이 충격적이다. 특히 ‘사할린동포 고국 방문을 이용해 남한 적화공작을 진행했다’는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할린동포 귀국 운동에 직접 개입한 아라이 사와꼬(新井佐和子)씨는 저서 <사할린의 한국인은 왜 귀국하지 못했을까>(草思社文庫)에서 귀국 운동의 모든 경위를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1958년 일본인 처를 가진 한국인 가족 2천여 명이 구소련에서 일본으로 돌아온 것이 귀국 운동의 첫걸음이었다. 그때 귀국한 박노학(朴魯學)·호리에 가즈꼬(堀江和子) 부부가 중심이 되어 도쿄에 거주하는 사할린 귀국자들이 순수 민간 차원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부부는 이 운동에 모든 것을 걸고 열정과 노력으로 어려운 사업을 이끌었다.

당시 국교가 없었던 한국·소련 간에는 왕래가 불가했으므로, 잔류 한국인을 일본에 초청해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졌다. 체재 비용도 자원봉사자들이 부담할 정도로 열정과 사명감으로 이뤄낸 일이었다. 그러다가 점차 초청자가 증가하면서 사업이 확대되고, 일본 사회당이 정치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1989년 ‘재(在) 사할린 한국인 지원 공동사업체’를 설립, 한일 적십자공동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정부 예산 지원으로 사업 규모가 확대됐고 시민단체도 많이 생겼다. 한일 부부의 순수한 인도적 활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기에 이른 것이다.

사할린동포 귀국 사업의 지원대상은 갈수록 확대됐다. 한국과 일본에 거주하지 않는 코리안이면 모두 가능했으므로 북한 계절노동자 등도 포함됐다. 한국에 연고가 없어도 공짜 한국 여행을 갈 수 있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사업체가 설립된 1989년부터 책이 출간된 2016년까지, 사할린동포 귀국 사업에 일본 정부가 지출한 예산은 70억 엔이 넘는다.

이는 김국성 전 정찰총국 대좌의 증언과도 부합되는 내용이다. 김국성의 증언대로, 북한이 남한 적화공작의 일환으로 ‘사할린 보상 문제’를 계획적으로 조장하고 ‘위안부 보상 문제’를 부추기고 한일관계에 균열이 생기게 했다면, 이보다 심각한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순수 인도적 사업으로 시작된 사할린동포 귀국 운동을 이용해서 한국에 간첩을 침입시켰다면 이보다 악랄한 일도 없을 것이다.

이제는 거짓과 진실을 확실히 분별하고 동아시아 현대사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될 때인 것 같다. 박노학·호리에 가즈꼬 한일부부처럼 진정한 사랑으로 동포를 위한 삶을 산 부부도 있다. 한국과 일본이 진실을 바탕으로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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