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개신교와 가톨릭은 신앙공동체를 넘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뼈대다. 그 점은 자랑스러운데, 문제가 있다. 2000년대 이후 개신교는 개혁세력으로 위장한 종북좌파에 흔들려왔다. 대형교회의 경우 교회 세습이나 운영 비리 등으로 약점이 잡혔고, 여기에 좌파와 넘나드는 자유주의신학 흐름도 걱정이다.

개신교가 그렇게 몸살을 앓는다면, 가톨릭은 조직 전체가 뒤뚱댄다. 요즘은 신부 함세웅 등 정의구현사제단만 날뛰는 게 아니라 대다수 주교-대주교가 그쪽 성향이고, 그들이 반대한민국 선동에 앞장선다. 그래서 두렵다.

등록자의 90%를 넘은 수백만 신자가 냉담자로 돌아선 것도 좌익사제들 언동에 질린 탓이다. 그렇다. 한국가톨릭의 문제는 대한민국 축소판이자, 동시에 가장 곪은 부위다. 이 와중에 유흥식(70) 대주교가 새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한국으로선 네 번째 추기경의 등장이고 기쁜 일이지만, 그의 정치성향을 아는 사람은 걱정이 많다. 실제로 그는 타계한 김수환-정진석 추기경 그리고 지난해 은퇴한 염수정 추기경과 사뭇 다르다. 어쨌거나 그들 셋은 보수 성향이었고 그래서 한국가톨릭에 안전핀 역할을 했다.

그 때문에 좌경 사제들로부터 "당신은 시대착오적이니 퇴진하라"는 협박을 받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럼 8월 이후 공식업무를 시작하는 유 추기경 이후엔 어떻게 될까? 그게 문제인데, 다 아시듯 그는 친북 성향이 짙다. 2007년 평양 방문 후 "대한민국 정부 때문에 남북관계가 경색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5년 백남기 농민 사건 때는 "국민을 공비 잡듯 닭몰이를 해선 안된다"고 뜬금없는 일갈도 했다. 문재인 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도 당했던 게 그 사람이다. 그뿐인가?

4대강 사업, 세월호, 제주해군기지 건설 등 각종 현안에 빠짐없이 좌빨의 목소리를 냈다. 그런 그가 한국천주교의 얼굴로 등장하는 게 어디 작은 일일까? 교회를 넘어 사회 전체에 변수다. 더욱이 한국가톨릭은 대선 때 이재명을 "이성적 평화세력"이라고 옹호했던 그룹이다. 그래저래 유 추기경 등장은 기로에 선 한국카톨릭에 또 한 번 분기점이 될 것이다. 이런 중차대한 현안에 침묵하는 이 나라 언론의 무책임은 정말 실망스럽지만, 가톨릭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이런 비판적 시각에 책임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숨어서 어물어물하는 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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