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가계 부채의 폭증을 막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한층 강화되지만, 서민과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우대 기준이 완화되는 등 새 정부의 금융 정상화가 속도를 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각종 가계 부채 관리 및 대출 정상화 방안 발표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이런 내용의 은행업 등 5개 금융업권에 대한 감독 규정의 변경을 예고하고 나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은행 창구 모습. /연합
내달부터 가계 부채의 폭증을 막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한층 강화되지만, 서민과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우대 기준이 완화되는 등 새 정부의 금융 정상화가 속도를 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각종 가계 부채 관리 및 대출 정상화 방안 발표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이런 내용의 은행업 등 5개 금융업권에 대한 감독 규정의 변경을 예고하고 나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은행 창구 모습. /연합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가 주택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 2019년 12월 도입한 것으로 연간 총부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누어 산출한다.

DSR이 도입되기 전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 활용됐다. DTI는 대출 원리금이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데, 이는 부동산 담보물의 가격만으로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차이가 있다. DTI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되면 담보가치가 높더라도 소득이 충분치 않으면 대출을 받기 어렵다.

DTI를 적용하면 은행의 무분별한 대출 관행과 대출자의 부실한 부채상환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DSR 카드를 꺼내든 것은 더욱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볼 수 있다.

DTI는 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에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의 이자를 더한 금융부채로 대출 한도를 계산한다. 반면 DSR은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 학자금 대출,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더한 원리금 상환액으로 상환 능력을 심사하기 때문에 더 엄격하다. DSR을 적용하면 연소득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금융부채가 커지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대폭 축소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 DSR 1단계 규제를 시행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DSR 40% 규제를 적용했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기지 않는 선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2금융권의 DSR 규제는 50%다.

올들어 지난 1월부터는 DSR 2단계 규제를 시행해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는 경우 대출 한도를 제한했다. 그리고 다음달부터는 DSR 3단계 규제가 시행된다. 총 대출액이 1억원을 넘으면 규제 대상이 된다.

새 정부는 지난 16일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해 지역·주택가격과 관계 없이 LTV를 80%까지 완화했다. 대출 한도 역시 기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DSR에 대해서는 기존 틀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금리 인상기를 맞아 가계부채가 여전히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뇌관’이라는 점을 의식한 조처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의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1859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하면서 1900조원에 육박했다. 특히 주택시장과 연계된 가계대출 비중은 2019년 말 65.4%에서 지난해 말 67.0%로 상승했다. 집값이 떨어지면 대출 부실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 때문인지 한국은행 역시 DSR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로 대상을 한정해 LTV를 높여주더라도 DSR 규제를 유지하면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 바로 그것이다. 다만 LTV를 전면적으로 풀면 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해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LTV가 70%를 넘는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이 은행은 1%에 불과하지만 2금융권은 15% 안팎에 이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LTV에 대한 규제 완화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DSR 규제 역시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LTV를 완화한다고 하더라도 구매하려는 주택의 가격이 아닌 대출자의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LTV 완화와 DSR 규제 강화는 ‘엇박자’정책이라는 것이다.

은행들 역시 새 정부가 ‘주거 사다리’ 복원을 위해 대출규제를 완화해도 결국 DSR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DSR 규제가 존재하는 이상 다른 대출규제를 아무리 완화한다고 하더라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규모는 제자리에 묶이게 되기 때문이다.

LTV 완화에 따른 대출 한도 확대 역시 담보물인 주택의 가격이 높고, 대출자의 소득이 많을수록 유리해지는 구도가 될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금리 상승기이기 때문에 DSR 규제를 전체적으로 손보지 않으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은 이자부담을 감당할 수 있고, 대출이 유리한 고소득자 위주로 편성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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