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

집권 여당이 극심한 리더십 혼란으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윤리위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비위 의혹에 대한 결정을 미루면서 여당은 ‘이준석 리스크’라는 블랙홀에 수많은 의제를 처리할 겨를도 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 윤리위 대응이 늦어질수록 이 대표와 여당의 운명이 몰락이라는 결과를 향해 달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대표의 ‘성상납과 증거인멸 의혹’ 윤리위 결정이 내달 7일로 미뤄진 것과 관련,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전날 늦은 저녁 "(이 대표를) 징계할지 안할지도 소명을 다 들어봐야 할 것"이라며 "소명하지 않고 예단해서 징계하겠다고 결정하고 소명을 듣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는 이 대표의 소명을 듣는 절차만 남았다는 윤리위의 해명에 이미 결정은 내려졌다는 주장과 아직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윤리위도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주장이 맞붙고 있다.

이에 당사자들인 이 대표와 김철근 대표 정무실장은 강하게 반박했다. 이 대표는 "길어지는 절차가 당의 혼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든 구성원이 알고 있을 텐데 길어지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며 불쾌감을 내비쳤고, 김 정무실장은 자신에 대한 징계절차 개시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윤리위가 징계심의 대상자를 직접 조사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님에도 자신의 참고인 소명을 직접 조사로 활용해 절차적 위반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들과 궤를 같이 하는 여당 내 의원들도 보였다. 하태경 의원은 윤리위가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심의 절차를 다음 달 7일로 미룬 데 대해 "윤리위가 자해 정치를 하고 있다"며 "대표 망신주기 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 방송에서 "윤리위가 어떤 조사도 없이 징계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선언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상식적인 행동"이라며 "집권여당의 윤리위가 인터넷 방송에서 떠도는 의혹을 가지고 징계 절차를 개시한다. 정말 부끄럽다"라고 말했다.

반면 당 내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훨씬 높았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회의에서 당 혁신위 운영 방향에 대해 "조국 수호로 상징되는 팬덤 정치와 내로남불, 각종 성범죄에 대한 무분별한 용인이 더불어민주당의 패착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 역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겠다"고 말했다. 이는 성상납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이 대표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윤리위 징계절차가 비상식적이라는 반발’에 대해 "윤리위 활동은 당헌당규에서 보장된 활동이기 때문에 지도부 일원으로서 윤리위의 그런 활동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본다"라며 이 대표 측의 비판을 직격했다.

신평 변호사도 이 대표를 버려야 여당이 살수 있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전날 "이 대표를 징계하면 2024년 총선이 위태로울 것"이라고 두둔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겨냥해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며 "이 대표가 목을 매고 강조하는 능력주의는 공정성 실현의 저급한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젠더 갈라치기로 이대남을 끌어오는데는 성공했으나, 이대녀는 물리치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실리를 따지기에 앞서, 정치적 아젠다를 이런 식으로 몰고가서는 안 된다"고도 비판했다.

아울러 "김종인 선생의 말과 거꾸로 이 대표가 계속 국민의힘을 이끌어가면 총선에 커다란 암운을 드리울 것"이라면서 "국민의힘은 이 대표 식의 근시안적인 정치공학적 태도를 버리고 역사 앞에 떳떳이 서서 공정의 기치를 뚜렷이 내걸고 나갈 때 장래가 보장된다"고 했다. 이는 이 대표에 대한 윤리위의 징계가 도려내기 수준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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