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카카오 대표(오른쪽)가 지난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디지털 플랫폼 업계 간담회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남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과 관련해 확답을 피하면서 매각 의사를 철회하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연합
남궁훈 카카오 대표(오른쪽)가 지난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디지털 플랫폼 업계 간담회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남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과 관련해 확답을 피하면서 매각 의사를 철회하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연합

3000만명의 가입자를 가진 택시 호출앱 ‘카카오T’를 앞세워 플랫폼 택시 시장에서 독주체제를 구축한 카카오모빌리티가 내홍에 빠졌다. 모기업이자 1대 주주인 카카오의 지분 매각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둔 상황에서 불거진 매각설 뜬금포에 카카오모빌리티 구성원들은 노조로 몰려들며 집단행동으로 맞설 태세다.

23일 카카오의 노조 ‘크루 유니언’에 따르면 카카오가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매각을 위해 물밑협상을 진행했다는 게 노조측 설명이다.

이번 매각설은 지난 15일 한 매체의 보도로 표면화됐다. 카카오는 즉각 공시를 내고 "카카오모빌리티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나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지만 이틀 뒤인 17일 내부 구성원들과의 정기 미팅(올핸즈)에서 매각 논의 사실을 인정했다.

카카오는 MBK파트너스와의 논의 당시 보유지분 중 40%를 팔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말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주는 카카오(57.5%), TPG컨소시엄(29%), 칼라일(6.2%), LG(2.4%) 등이다. 전문가들은 8조5000억원으로 평가받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를 감안할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지분 40%의 매각액이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MBK파트너스와는 이런 몸값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이 성사되지 못했지만 임자가 나타나면 매각이 재추진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지난 22일 한 간담회에서 매각설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드릴 말씀이 없다"며 확답을 피해 매각 의사가 여전함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 내부에선 이 같은 카카오의 깜깜이 매각 추진에 놀라움을 넘어 격앙된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고의 경영성과를 올린 데다 올해 상장까지 예견됐던 터라 큰 배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한 중간 간부는 "5년전 카카오에서 물적분할된 이래 매년 적자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12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첫 흑자전환을 이뤘다"면서 "올해 상장에 성공하면 스톡옵션으로 그간의 노력을 다소나마 보상받겠다는 기대가 컸는데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그렇게 카카오모빌리티 구성원들은 노조로 달려갔고 이달 17일부터 단 3일만에 전 직원의 절반 이상이 가입하며 카카오 계열사 최초의 과반 노조가 만들어졌다.

크루 유니언측은 "사모펀드로의 매각은 통상 사업정리 수순이라 직간접 고용된 30만 플랫폼 노동자의 삶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그럼에도 카카오는 정확한 매각 추진 이유는 물론 재추진 의사조차 밝히지 않은 채 문제가 없을 거라는 무책임한 발언만 거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크루 유니언은 카카오모빌리티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한 상태며 매각 반대를 위한 추가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주까지 조합원 중지를 모아 세부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자칫 모기업에 의한 노사갈등이 뜨겁게 달아오른 성장엔진을 꺼뜨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업계는 카카오의 지분 매각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적 성장한계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대리운전 등 주력 사업이 규제산업이다 보니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수합병 같은 사업확장에도 제약이 많다. 최근에만 가맹택시(카카오T 블루) 콜몰아주기 논란, 대리운전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으로 택시·대리운전업계와 극심한 불협화음을 냈다. 공룡 플랫폼 기업의 갑질에 대한 규제 강화 분위기도 악재로 꼽힌다.

다만 카카오의 의지와 상관없이 실제 지분 매각은 이뤄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게 증권가 등 다수 전문가의 판단이다. 최근의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 우려 속에서 만족할 만한 값을 쳐줄 곳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역량에 기반해 도심항공교통(UAM),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자율주행 등 다양한 신사업을 준비 중인 것도 매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지분 매각 여부는 시간이 알려주겠지만 내부 직원들의 동요가 크다는 것이 문제"라며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의 성장을 올해도 이어나가려면 하루빨리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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