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350개 공공기관의 1년 예산은 국가 예산의 1.3배인 이르는 761조 원이며 임직원은 44만3301명이다. 2020년 대기업 평균 보수는 6348만 원, 중소기업은 3108만 원인 반면, 36곳 공기업 평균 보수는 8153만 원으로 중소기업의 2.6배에 달한다. 공공기관 부채는 2021년 기준으로 583조 원에 이른다.

문재인 정권은 공공기관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더욱 악화시켰다. 지난 5년 동안 공공기관의 부채는 89조8000억 원(18.2%), 인력은 11만6000명(28.1%) 증가했다. 새로 만들어진 공공기관도 29개나 된다. 다이어트해야 할 판에 고단백 고열량 식사를 퍼먹인 셈이다.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 코레일은 규정을 어기고 직원 성과급을 700억 원이나 더 줬고, 서울교통공사는 직원 친인척을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심야에 법인카드를 부정 사용하거나, 출장 신청 후 독서실에서 승진시험 준비를 하는 사례도 지적됐다.

정부는 조만간 공공기관 개혁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호화청사를 매각하고, 연공서열 중심이던 보수·인사 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전환하고, 조직과 인력을 슬림화하며 민간과 경합하거나 중복 수행 중인 업무도 정비하기로 했다. 복리후생 운영도 개편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개혁방안은 응급처방이나 대증요법에 가깝다.

공공기관은 정부에 의해 지대(rent)를 보장받은 조직들이다. 시장질서에서 경쟁했다면 살아남지 못할 기관이 대부분이다. 임직원들이 누리는 급여나 복지도 절대 불가능하다. 존재할 이유가 의심스러운 기관도 많다. 이런저런 진흥원의 이름을 걸고 있는 기관들이나, 이들이 이권화해 틀어쥐고 있는 각종 인증제도도 철폐할 때가 됐다.

시장 기능이 작동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정부가 불가피하게 개입하는 조직이 공공기관이다. 시장 기능이 정상화되면 없애거나 민영화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제 기능을 다했다면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이 공공기관이다.

윤석열 정부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회복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선택받았다. 이 명령을 받들려면 욕받이가 되는 게 불가피하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직 국민과 역사의 평가만 바라보면서 나아가야 한다. 공공기관 개혁은 그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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