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고전극장’이 전날(22일)부터 서울 마포구 소극장 산울림에서 열렸다(8월28일까지). / 연합
‘산울림 고전극장’이 전날(22일)부터 서울 마포구 소극장 산울림에서 열렸다(8월28일까지). / 연합

한국 고전·근대문학을 재해석한 연극 다섯 편이 소극장 산울림의 ‘고전극장’ 무대에 오른다(8월28일까지). ‘고전극장’은 연극과 고전문학의 만남을 위해 기획됐다.

2013년 이래 올해로 10회째를 맞는다. 주로 서구 고전을 주제로 했던 다른 시즌들과 달리 이번엔 한국 고전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한 5개 작품을 선보인다. 임수현 예술감독의 말을 빌면 "우리 고전을 재해석 재발견하고자" 한 것이다.

1930년대부터 활동한 여성소설가 김말봉의 소설들을 각색한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극단 수수파보리)가 첫 무대를 장식한다. 인기 작가 김말봉의 소설 ‘찔레꽃’ ‘고행’ ‘화려한 지옥’ 등을 각색해 만담 형식으로 풀어낸다.

당대 여성들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담아낸 세 소설을 무대에 올리는 동시에 ‘만담꾼’을 자처하는 해설자 두 명이 유쾌한 설명을 곁들인다. ‘첩’이나 ‘공창 기생’ 등 현대 관객들이 낯설게 느낄 만한 설정은 친절하게 풀어 작품과의 거리를 줄이며, 김말봉의 정의롭고 강인한 여주인공들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당시 일간지에 연재됐던 김말봉의 작품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통속소설’과 ‘여류 작가’란 편견의 대상이기도 했다. "김말봉은 소위 ‘순수병’에 걸린 문학보다 대중과 소통하는 문학을 추구했던 분", "1930년대 많이 활용된 만담 양식을 활용, 김말봉의 세 작품을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해 그 시대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정안나 연출의 설명이다.

화가이자 작가인 나혜석의 자전적 소설 ‘경희’를 원작으로 한 ‘경희를 마주하다’(극단 감동프로젝트)가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른다. 나혜석이 스물두살 때 ‘경희’를 쓰며 꿈꿨던 ‘사람 같은 삶’에 작가의 실제 인생은 얼마나 같거나 다를까? 너무나 닮아 있는 두 사람, 경희와 혜석의 삶은 언제부터 어떻게 다른 길로 가게 됐을까? 여성해방을 부르짖던 작가 나혜석의 삶은 과연 해방 되었을까? 등등의 질문을 시작으로 조금씩 그 답을 찾아간다.

세 번째 작품은 현진건의 작품을 소재로 한 ‘체험, 삶의 현장’(창작집단 아라)이다. ‘까막잡기’ ‘새빨간 웃음’ ‘술 권하는 사회’ 등 다양한 직업군을 다룬 현진건의 단편들을 엮어낸다. 신문기자로 일하며 접한 실제 사건들에 바탕해 태어난 작품들이다. 현실의 팍팍함이 해학과 비애에 실려 전해진다.

네 번째 작품인 ‘호호탕탕 옥루몽’(스튜디오 나나다시)은 조선 후기 남영로의 ‘옥루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인간세계에 귀양 온 천상계 선관과 다섯 선녀의 일대기를 다룬다.

"우리 고전을 소재로 작품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서구적 방식으로만 사고해 왔는지를 깨닫게 됐다." ‘호호탕탕 옥루몽’의 김예나 연출은 이렇게 말하며, "우리 시대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의 해결에 필요한 사고체계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게 우리 고전의 힘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작품은 이상의 소설에 기반한 ‘날개’(공상집단 뚱딴지)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란 구절로 유명한 이상의 ‘날개’를 각색한 것이다. 상당히 전위적이며 당시 시대에 맞는 풍자와 위트·패러독스를 담고 있다.

한편 산울림 고전극장에선 우리 문학과 시각 예술을 접목한 전시회 ‘낭만사회유사’도 진행된다. 그밖에 한국 문학작품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강연회와 배우·연출가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 등, 풍성한 문화체험의 기회들이 마련된다. 

2022 산울림 고전극장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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