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내년 1월 문화재단 출범...개항 관련 사업 브랜드화 계획

약 140년전 인천 개항장(開港場)의 치외법권 지역(조계) 모습. 조선 태종 이래 자급자족적 농어촌 사회였으나 1883년 조·일수호조약(제물포 조약)으로 개항한 이후 근대적 거리 풍경을 가지게 됐다. 부산·원산에 이어 세번째 개항장이었다.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하면서 근대화의 파도가 밀려들었다. 조선은 1876년 조일수호조규(강화도조약)에 의해 문명국가들 가운데 가장 늦게 개항했다. 실은 열강들이 별로 욕심내지 않을 만큼 가난한 왕국이었기 때문이다. 개항 이래 인천 거리는 급속히 변모해 간다. 각국 영사관과 은행 지점이 들어섰고, 외국인들의 사교장 구락부(俱樂部)와 국내 최초의 서양식 호텔도 지어졌다. 외국인 거주지역 치외법권 ‘조계(租界)’로 인해 거리가 둘로 나뉘게 됐다. 일본과 청나라가 1883∼1884년 설정한 조계지 경계 오른쪽에 일본식 건물, 왼쪽엔 중국식 건물이 들어선 것은 진풍경이었다.

일제시대와 광복 이후의 역사를 거치며 이곳 인천항 인근은 ‘개항장 거리’라는 이름을 얻는다. 아직 남아 있거나 소실된 근대문화자산이 121곳이나 된다. 대부분 외세가 남긴 것들이지만 역사적 의미는 깊다. 전시관이 된 국내 첫 근대식 호텔 ‘대불호텔’, 개항박물관으로 탈바꿈한 옛 일본 제1·18은행 지점, 청년 시절 백범 김구 선생이 투옥됐던 인천 감리서 터도 남아 있다. 인천시 중구는 이들 건축물과 여러 무형 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차별화된 문화 콘텐츠를 마련하고자 내년 1월 자체 문화재단을 출범한다. 중구문화재단은 ‘일상 속 문화 예술’을 목표로 그동안 추진해온 개항문화 관련 사업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 널리 알릴 계획이다.

재단은 본부 산하에 경영기획·공연전시·생활문화·축제운영 등 4개 팀과 감사반으로 꾸려진다.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20개 이상의 축제·공연 등 사업을 이어받게 될 것이다. 16개 문화·관광 시설 운영도 맡는다. 이를 토대로 주민 참여형 콘텐츠를 만드는 문화교육 기본계획을 세우고 문화·예술 동아리를 활성화한다. 1980∼1990년대 음악 관련 산업이 활발했던 지역적 특성을 살려, 그곳에 뿌리를 둔 문화 예술인들의 작품 전시·교류·판매 또한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인들에겐 20세기를 힘겹게 살아왔다는 보편적인 인식이 있다. 남탓이 아니라 19세기말 우리 자신의 모습에서 ‘역사의 교훈’을 찾아야 한다. 고단한 20세기였으나 대한민국의 탄생과 발전을 통해 세계사의 희망이 되고 있다. 피해의식에서 벗어날 때다. 개항장 거리를 관리할 이 재단이 기존 역사관의 극복에 공헌하길 바란다. "위대한 문명은 정복되지 않는다. 스스로 무너질 뿐이다." 한 서양 역사학자의 명언은 날카롭고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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