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제72주년을 맞아 국가보훈처 초청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유엔 참전용사들이 26일 청와대 관람 중 어린이들을 만나고 있다. /연합

한국을 다시 찾은 6·25 유엔군 참전용사들이 개방된 청와대에서 우리나라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감회에 젖었다.

국가보훈처는 6·25전쟁 72주년을 맞아 재방한 프로그램으로 한국을 찾은 9개국 참전용사와 가족이 청와대를 관람하는 행사를 26일 진행했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천안함 티셔츠를 입고 ‘우리의 영웅들을 예우한다’(Honoring Our Heroes)는 영어 문구가 적힌 모자를 쓴 채 일일 가이드를 맡아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박 처장은 청와대 시화문에서 출발해 본관, 상춘재, 녹지원으로 이어지는 코스에서 참전용사 휠체어를 직접 밀기도 하며 바삐 움직였다.

고령의 참전용사들은 경사진 지형인 청와대 경내에서 거동이 쉽지는 않았지만, 보훈처의 지원 스태프 25명이 이들을 살피면서 이동을 도왔다.

이동 속도가 느린 60여명이 한 번에 움직이다 보니 곳곳에서 뜻하지 않게 일반 관람객들의 길을 막기도 했는데 시민들은 이들이 유엔군 참전용사들이라는 설명에 오히려 환호하고 손뼉을 치며 감사를 표했다.

부모와 청와대를 구경하러 온 어린이들이 휠체어를 탄 참전용사들에게 다가와 허리 숙이며 인사했고, 한 시민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라고 외쳤다.

이날 행사에는 6·25 격전지로 꼽히는 ‘후크고지 전투’에서 활약한 영국군 빅터 스위프트(88), 최고령 초청자인 호주인 제럴드 셰퍼드(98), 부친과 두 삼촌이 6·25 참전용사이면서 자신이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당시 비무장지대에 근무한 주한미군 데이비드 페너플로, 재미교포 이천봉(95) 등 참전용사들이 참석했다.

페너플로 씨는 자신이 근무했던 부대 마크가 새겨진 가죽점퍼를 박 처장에게 주면서 "이 옷이 한국에 남아 있으면 좋겠다"고 기증했다.

박 처장은 "어제 윤석열 대통령께서 참전용사분들이 어디 주무시는지 물어보시면서 잘 챙겨드리라고 각별히 당부하셨다"며 "대통령이 내게 (잘 챙기는 것을) 지시하셨다"고 강조했다.

그는 행사 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자기의 청춘과 인생을 바친 분들이 오늘 오셨다"며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분들의 헌신과 희생에 끝없는 존경과 감사를 드려야 하고, 그분들은 그런 것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특히 지금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청와대로 모셨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라며 "지나가던 시민들도 박수를 쳐주셔서 정말 감동적인 장면을 많이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재방한 참전용사와 가족은 청와대 관람에 이어 임진각을 방문하고 27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와 보훈처장 주관 감사만찬에 참석한 뒤 28일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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