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근
박석근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마침내 우주개발 시대를 열었다. 이제부터 우주개발은 국가 주도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이 활약하도록 정부가 뒷받침해야 한다. 누리호 개발에 300여 기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중 핵심기업은 한국항공우주(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KAI는 T-50고등훈련기, 수리온기동헬기, 전투기 KF-21전투기, 국방위성, 한국형 발사체 조립 등 항공우주 사업을 총괄하는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회사이다.

KAI는 지난 문 정권의 첫 번째 적폐과녁이었다. 5년 전 여름이었고, 벌집 쑤시듯 하는 수사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검찰 발표에 의하면 KAI는 그야말로 비리의 종합선물세트였다. 그리고 2021년 4월, 대법원은 방산적폐와 관련해 혐의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KAI는 방위사업청으로부터 납품대금과 지연이자를 지급받았다.

결과적으로 청와대 지시에 의한 적폐몰이는 항공산업 진작과 수출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끼쳤다. 당시 미국은 ‘APT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노후된 미 공군 훈련기 350대를 바꾸는 내용이었다. KAI는 세계 최대 항공업체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짜고 치열한 수주경쟁에 뛰어들었다. 만약 성공하면 미국을 포함 다른 국가들로부터 1천 대 이상의 수주가 기대되는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었고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지원은커녕 KAI를 사냥개처럼 물고 늘어졌다. 입찰 결과는 탈락이었다. 적폐수사가 발목을 잡았고, 비리기업으로 몰린 기업이 좋은 점수를 받을 리 만무했다. 그 와중에 해외사업본부장을 겸직했던 부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했다. 문재인 정부는 또다시 KAI를 상대로 KHP(한국형헬기개발사업) 투자금 환수소송 등 모두 5건의 민·형사 소송을 걸었고, 이 가운데 4건을 패소했다.

추억이 하나 더 있다. 한국형 원전 수출에 고춧가루를 뿌렸던 탈원전 정책 선언. 5년 전, 한국형 원전모델이 영국 정부가 추진 중인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 후보가 되었다. 사업비 150억 파운드, 우리 돈 22조 원. 관건은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 이후 달라진 분위기. 영국 정부는 한국형 원전 안전성에 혹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우리 대사관 등 국내외 다양한 경로를 동원해 확인에 나섰다. 결국 경쟁상대였던 중국이 정상외교 수완을 발휘해 원전수출의 관문 격인 영국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오호통재라, 대통령이란 자가 22조 원 수출이 확실시 되는 사업에 고춧가루를 뿌리다니! 이뿐만 아니다. 계약을 눈앞에 둔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의 좌초. 지난 50여 년 간 피땀 흘려 축적한 기술을 하루아침에 폐기하는 무모함에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월성원전 1호기 감사과정에서 드러난, 산자부 직원들이 작성했다가 나중에 삭제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문건. 그것은 대한민국 전복을 위해 암약하는 간첩들이 할 짓이었다.

다시 KAI의 추억으로 돌아오자. 과거 정권들은 KAI 사장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겼다. 전체 소유 중 수출입은행 지분이 26%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7명의 사장 모두 이른바 낙하산이었다. 지금 임기가 3개월밖에 남지 않은, 문 청와대 낙하산, 현 사장을 둘러싸고 말들이 무성하다. 노동조합도 연구원 처우 개선 문제로 들썩이고 있다. KAI 사장은 개발과 마케팅에 정통한 내부 인사가 승진하거나 우주항공 전문가가 기용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조합에 휘둘리는 기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연구원들 처우개선도 당연히 해야 한다. 오는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거기서 K-방산무기 수출이 언급될 것이다. 물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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