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자유한국당,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 최성재 교육문화평론가
  • 승인 2019.02.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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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와 내부의 적이 뒤섞인 집단은 크면 클수록 돌이킬 수 없는 파국에 이를 가능성이 커진다.∥

◇꿩의 지혜

7살부터 17살까지 나는 맨손으로 꺼병이를 잡아서 정성껏 키워 보려고 (내 붉은 양심을 속이는 하얀 명분) 무진 애썼다. 1년에 적어도 한 번은 우리 목화밭이 있는 황구넘이에서, 늦여름이면 하얀 목화가 춤추는 황구넘이에서 우리 논이 있는 용난골로 넘어가는 야트막한 산에서, 가을이면 황금물결이 넘실거리는 용난골로 넘어가는 야트막한 산에서, 길 없는 길에서 탐욕의 눈을 이글거리며 동분서주해 봤지만, 성공의 근처에도 가 본 적이 없다.

천적을 막아 주는 울타리도 있고 모이를 주는 수호천사도 있는 암탉과 달리, 꺼병이를 키우는 까투리는 세상에 믿을 건 나무와 풀과 꽃과 돌밖에, 자기 자신밖에 없다. 병아리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얼른 엄마 품속으로 파고들지만, 하늘같은 엄마만 믿고 한없이 따뜻한 엄마 품속으로 일제히 파고들지만, 그나마 잠시도 못 참고 너도나도 고개를 쏙쏙 내밀며 호기심의 눈을 반짝이지만, 산에서 나서 산에서 자라는 꺼병이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순간 매정한 엄마가 푸드덕 날아간 사이 사방팔방으로 확 흩어져 각자도생한다. 엄마든 애기들이든 누구 하나라도 살아남길 바라는 자연의 지혜, 결과적으로 한 생명도 잃지 않는다!

◇꿩의 지혜로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 《데카메론》

인간 세상에서도 이런 일이 이따금 일어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지지고 볶더라도, 모여 사는 것이 이점이 훨씬 많음을 본능적으로 알고서 옹기종기 모여서 산다. 이 성공 신화가 도리어 공멸을 초래하는 경우가, 희극적 비극을 낳는 경우가 있다. 서양의 중세시대를 끝장낸 흑사병의 창궐이 대표적인 예다. 믿음이 약함을 탓하며 교회에 모여서 열심히 기도한 사람들은 사제든 신도든 픽픽 쓰러졌다.

그것은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의 문제였는데 하나님이 인간에게만 부여한 이성(理性)을 사용할 절호의 기회였는데, 오래 전부터 바리새인과 똑같은 위선에 유태인과 똑같은 선민사상으로 타락할 대로 타락한 신앙을 갑자기 기도 한 번으로 회개합네, 부디 용서해 주십사, 구원해 주십사, 우르르 모여 울부짖다가 전 인구의 3분의 1이 이승과 영원한 작별을 고했다. 어찌 보면, 없는 믿음을 있는 척하던 자들을 하나님이 크게 징벌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 때 교회에 가지 않고 인적이 드문 시골로, 산으로 도망가던 열 명의 깨인 사람들이 심심풀이로 각자 열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이걸 묶어서 책으로 펴내니, 그게 르네상스의 새벽을 연 보카치오(Boccaccio 1313~1375)의 《데카메론(Decameron)》이다. 데시리터(dl)에서 보듯이 'deca', 'deci'는 ‘10’을 뜻한다.

이 소설집에서 단골로 수녀와 수사와 신부는 조롱거리가 되고 저주의 대상이 된다. 속된 말로 잘근잘근 씹힌다.

◇자유한국당의 현 주소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한나라당·새누리당의 후신이다. 2004년 총선에서 50석도 힘들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할 때, 호남에서 뿐만 아니라 영남에서도 그렇게 수군수군할 때,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에서 혜성같이 강림해 태양같이 군림한 한 가냘픈 여인이 수구보수의 기득권을 몽땅 내려놓고, 국가에 헌납하고 여의도에 엉성한 천막을 치고 퉁퉁 부은 ‘붕대손’을 흔들어 예상의 두 배를 넘기는 의석으로, 개헌 의석을 확실하게 저지하는 의석으로, 자유민주와 시장경제를 살린 덕분에 화려하게 부활한 한나라당의 후신이다. 그때 어중이떠중이가 다 모여서, 엄마 품에 파고들어 얼떨결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직업을 얻었다. 횡재도 그런 횡재가 없었다.

뒷자리에서 어슬렁거리다가 가냘픈 여인을 뱁새의 눈과 뱀의 혀로 밀어내고 몇 년 후 청와대에 먼저 들어간 날렵한 남자도 있다. 그 주위로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우글우글 몰려들었는데, 이들은 애당초 가냘픈 여인은 안중에도 없었다. 춤 잘 추는 곰 정도로, 영리하고 섹시한 여우가 아니라, 미련한 곰 정도로, 현대판 웅녀(熊女) 정도로 여겼을 따름이다.

“곰아, 웅녀야, 실컷 재주를 부리렴, 돈은 우리가 잘 챙길게. 얼쑤절쑤, 짝짝!”

◇꿩의 지혜로 한국의 정치를 좌지우지한 두 사람: DJ와 YS

효(孝)의 나라인 한국은 가장(家長)이 집안의 중심이요, 판단의 기준이다. 충(忠)의 나라인 일본은 우두머리가 아니라 집단 자체가 더 중요시되기 때문에 한 개인이 정당을 만든다는 것은 상상 자체를 못한다. 무능한 우두머리는 언제든지 바꿀 수 있고 평소에도 그 잘잘못을 능히 중지를 모아 따지고 고칠 수 있다.

한국은 그렇지 않다. 자식은 아버지가 아무리 잘못하더라도 따지면, 대들면 안 된다. 참다 참다, 어느 날 일부러 날을 잡아 거나하게 함께 술을 마시고 푸념 비슷하게, 헛소리처럼 들리게(뒤에 여차하면 발뺌할 수 있도록) 진심을 곡진하게 담아 횡설수설하면, 훌륭한 아버지는 그걸 닁큼 알아듣고 아들의 소원을 들어준다.

이런 한국적 문화를 누구보다 잘 안 두 정치인이 DJ와 YS다. 필요하면 그들은 언제든지 당을 해체하고 새 당을 창당했다. 또는 적대적인 큰 당에 들어가서 그걸 접수하기도 했다. 죽으나 사나 졸졸 따라다니던 자식들은 꺼병이처럼 잠시 흩어졌다가 휘파람 한 번 불어도 싹 모여들고, 호각 한 번 불어도 알아서 반란을, 자중지란을 일으켜 아버지를 대장으로 옹립해 줬다.

◇家長이 없는 자유한국당

2004년부터 2016년까지 팔다리가 말라비틀어지고 허리가 꼬부라지도록 어머니 가장(家長)이 먹여 살렸는데, 홀로 곰춤을 춰서 먹여 살렸는데, 의붓자식들이 적들과 작당하고 징그러우니까, 고조선 시대의 케케묵은 곰춤 그만 추시라고, 이제 우리가 그보다 화려하고 멋지고 시대에 걸맞은 21세기 여우춤, 학춤, 공작춤, 장끼춤으로 그보다 열 배를 벌어 열 배나 잘 먹고 잘살 수 있으니까, 제발 그만 쉬시라고 곰 우리에 ‘가짜’ 어머니를 가두어 버렸다.

웬걸, 많게는 122명이 적게는 116명이 군무를 추어도, 강남 스타일로 추어도 방탄소년 스타일로 추어도 아기상어 스타일로 추어도, 여당에서 자살골을 연이어 먹어도 여전히 10% 정도 여론 조사에서 밀린다. 총선은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왔건만! 이대로 가면 자한당은 누가 당수가 되든 필패한다. 반 토막 난다.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김영삼에 이어 다섯 번째(*) 가장이 박근혜인데, 훅 불면 훨훨 날아갈 것 같은 여자여서 그런지, 가냘픈 여자여서 그런지 남자든 여자든 심지어 여성주의자인 여성도 그걸 여태 모른다. 숫제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콧물이 휭 나오도록 콧방귀나 뀐다.

(*김종필이나 전두환과 이명박은 큰형님 정도였지, 아버지의 위치에는 오르지 못함.)

◇20여명 현역 의원, 새 당 만들어 장내외 투쟁해야

한마음 한뜻인 현역 의원 20여 명이, 열 마음 열 뜻인 자유한국당 울타리를 박차고, 백 마음 백 뜻인 자유한국당 울타리를 박차고 숲속으로 날아가, 황구넘이에서 용난골로 넘어가는 작은 산으로 날아가 새 둥지를 틀어야 한다. 스스로 노래하고 스스로 춤추는 야성을 되찾아야 한다.

그렇게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여 자유민주와 시장경제를 위해서, 아름답고 위대한 대한민국을 위해서 평일에는 여의도에서 논리와 진실과 애국심으로 투쟁하고, 주말에는 전국 어디든 휘젓고 다니거나 붙박이 장소를 정하거나 하여간 매주 빠짐없이 장외투쟁을 계속해야 한다. 눈이 충혈되고 입술이 터지고 목이 쉬고 다리에 쥐가 나도록, 피를 토하며 쓰러지도록 투쟁하고 또 투쟁해야 한다. 애국가를 부르고 태극기를 휘날리고 성조기를 나부껴야 한다.

누가 그랬던가? 이걸 가장 잘한 정치인이 김대중과 김영삼과 박근혜다. DJ와 YS도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누구보다 열심히 애국가를 불렀고 누구보다 열심히 태극기를 흔들었다. 안 그랬으면 그들은 고향에서조차 버림받았을 거니까! 밉든 곱든 배울 건 배워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새 아버지 가장이나 새 어머니 가장이 서서히 떠오를 것이다. 그러면 아무리 방송과 신문과 포털이 외면하고 감추고 쉬쉬하고 호도하고 저주하고 욕해도, 입소문이든 ‘발소문’이든 ‘You소문’이든 ‘스마트소문’이든, 정치 얘기라면 개나 소나 입에 거품 물기 좋아하는 소문난 정치적 동물로서 방방곡곡에 흩어져 새 영웅을, 새 가장을 애타게 기다리는 애국 시민이 모를 리 없다.

이윽고 2020년 4월이 지나면, 그들은 다섯 배로 늘어난 100여 석을 확보하여 우호 세력과 더불어, 자유민주와 시장경제가 쏙 빠진 개헌을 저지할 수 있으리라. 그때는 한 일주일 코가 삐뚤어지게 잠만 자도 아무도 손가락질하지 않으리라.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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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골이 2019-02-02 08:32:48
대한애국당이 답이다. 조원진의원과 함꼐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