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외국에 갔다고 한다. 심상치 않은 일이다. 그는 국가공권력의 조사·수사 대상이다. 북한군이 총살·소각한 해수부 공무원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데 열쇠를 쥔 인물이기 때문이다.

열흘 전 국방부·해양경찰은 숨진 이대준 씨가 월북했다는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고 공식 사과했다. 왜 문재인 정부는 월북으로 몰아갔는가? 그가 살아있는 6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가? 구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서 전 실장 없이는 이런 의문들을 정확하게 밝히는 것은 어렵다.

이미 감사원은 국방부 등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다. 그 결과에 따라 국가안보실에 대한 감사도 이뤄질 수 있다. ‘월북몰이’가 청와대 등의 지시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감사가 아니더라도 그는 이대준 씨의 유족으로부터 직권남용 등으로 검찰에 고소당했다. 또 탈북단체로부터도 살인방조죄·직권남용죄·범인도피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국정원장으로서 2019년 11월 귀순한 북한 주민 2명을 강제 북송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 전 실장은 국방부 등의 발표 전에 미리 계획했던 여행이라 어쩔 수 없이 출국했다고 변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해외 어디서든 입장을 밝히고 당장 돌아와야 한다. 조사 등을 받아야 한다. 만약 이런 발표를 알고도 외국행을 했다면 중대한 일이다. 수사를 피하겠다는 것. 일종의 도망이다. 고위공직을 지낸 사람으로서는 해서 안 될 짓이다. 국가기밀을 누구보다 더 많이 아는 그가 해외로 떠돈다면 국가안보에도 치명의 위험이 될 수 있다.

서 전 실장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등 북한 김정일과 만났던 대한민국 고위 인사들을 모두 수행하면서 "한국에서 김정일을 가장 많이 만난 인물"로 꼽힌다. 박지원 전 문광부 장관을 따라가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과 비밀협상을 했다. 그의 후임 국정원장이 박지원이다. 그는 오랫동안 종북좌파들의 대북 정책·비밀협상을 맨앞에서 실천했다. 그들의 온갖 대북 행태를 가장 많이 안다고 한다.

귀국이 늦어질수록 오해·의혹은 커진다. 도피에 이어 망명설까지 돌 수 있다. 서 전 실장은 하루빨리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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