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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도 근대어의 하나다. 원형은 16세기 포루투갈 신부들이 일본 나가사키에 전한 밀가루 음식이었다. ‘빵 드 카스텔라’ 즉 ‘카스틸랴(현 스페인에 있던 왕국)의 빵’이라 불렸다. 포르투갈어 표기가 ‘Castella’였고, 받침을 못하는 일본어 특유의 한계 때문에 ‘ㄹ’이 탄락해 ‘카스테라’로 정착한다. ‘카스테라’는 일본문화다. 서구에서 왔으나 서구엔 없다. 사실상 한국음식이 돼 버린 짜장면의 경우와 유사하지만, ‘카스테라’의 독자화 명품화가 더 눈부시다.

‘카스테라’의 생명은 달콤함과 촉촉함이다. 투박한 계란빵이던 ‘빵 드 카스텔라’를 부드럽고 달달 촉촉한 ‘카스테라’로 탈바꿈시킨 주역은 설탕이다. 설탕 없인 ‘카스테라’의 탄생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설탕의 역사엔 대항해시대 이래 수많은 개인·국가의 흥망성쇠 드라마가 녹아 있다. 그만큼 귀하디 귀한 향료였다. ‘카스테라’의 발전사는 일찍부터 일본이 그 교역 체계의 일원이었음을 말해준다. 400년 전통의 후쿠사야(福砂屋)를 비롯해 일본 전역에 다양한 ‘카스테라’ 브랜드 및 지점이 있으며, 가장 친숙한 것은 1900년 창업의 분메이도(文明堂)다. 우리나라 동네마다 자리한 유명 제과 체인점 제품들이 그 복제판이라 할 수 있겠다. 언젠가는 본고장을 넘어 설 별미 카스테라를 한국이 선보일지 모른다. 문화·문명의 전파란 원래 그런 것이다.

한국어·일본어의 ‘빵’ 역시 포르투갈어인데, 음·뜻 그대로 들여 온 단순 외래어다. 반면 중화권에선 ‘麵包 mianbao’로 번역됐다. 밀가루 면(麵)에 뜻을 담고, 빠오(包)로 생김새와 (‘빠오’에 살짝 비음이 들어간) 포르투갈어 원음을 살렸다. 중국어엔 완전 의역이나 소리만 차용한 음역(音借) 외, 이렇게 음·뜻 다 살린 번역어도 상당수다. 음차인 듯 하면서 ‘심오한 해석’을 겸할 때 가장 절묘하다. 일본어 ‘浪漫roman’이 그렇고(근대어 산책④낭만), 중국어에선 ‘幽默youmo’가 대표적이다. 그윽한 뜻(幽)을 침묵 수준의 간결함(默)에 실어 웃음을 유발하는 레토릭이 ‘유머’(humor)다. 서구 근대사의 우여곡절 속에 배양된 ‘비틈의 미학’을, 전통적 해학과 다르게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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