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욱
김승욱

윤석열 정부는 규제개혁으로 기업투자를 유도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려 한다. 그 일환으로 최근 6대 신산업 분야에서 33건의 규제개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은 계속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 최근 김태년 의원 등 11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고용정책기본법 일부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현재 고용형태별 평균임금현황 공시의무가 있는 대기업에게 직급별·직종별·근속연수별 남녀 근로자 평균임금까지 추가적으로 공시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 이슈를 제기한 이후, 2007년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확인하고자 이 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 이 법으로 비정규직이 줄어든 것이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사용하지 않는 비정규직 개념으로 근로자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했다. 이렇게 효과가 없었음에도, 이번 개정안은 현행법보다 더 세부적으로 그리고 성별로 평균임금 공시를 의무화하고자 한다.

이 수정안 취지는, 우리나라 성별임금격차가 32.5%에 달할 정도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므로 이 공시의무로 실태를 파악해 사회통합을 도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한국의 성별임금격차가 큰 것도 사실이고 이를 줄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목표는 인정된다. 그런데 평균임금 공시가 임금격차축소와 사회통합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오히려 남녀갈등만 조장하고 기업활동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만약 능력대비 여성의 실질임금이 정말로 낮다면, 비용절감을 위해 마른걸레도 짜는 기업은 여성만을 고용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다. 임금격차 요인은 기술수준, 노동시장 상황, 생산제품시장 상황, 장기 전망 등 무수히 많다. 과거에는 남녀간 교육격차가 성별임금격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에는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 가장 크다. 임금수준이 높은 제조업에 남성근로자가 여성보다 많이 종사하는 것도 남녀임금격차의 요인 중 하나다.

특히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서 아직도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므로 이 점도 한국에서 남녀임금격차를 크게 한다. 또한 여성은 야근 등 초과근무에 소극적이지만 반대로 남성은 적극적이므로, 성별 평균근로시간에서 남성의 근로시간이 여성보다 더 길다. 이러한 여러 요인을 고려하면 실제 남녀임금격차는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수많은 임금격차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이 수정안처럼 단순하게 평균임금만을 공시할 경우 남녀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 그리고 기업의 임금정책에 제한을 받을 것이다.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이 만들어지면 그 법안이 본래의 취지를 달성할 수 있는가도 검토되어야 하고, 기업활동을 불필요하게 규제하지 않는지 심사를 받아야 한다.

현재 의원입법은 규제영향심사를 받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8년에 정부입법에 대한 규제심사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3권분립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아직도 의원입법은 규제영향심사를 받지 않는다. 규제심사를 피하려고 의원입법 형태로 우회해서 규제를 신설하는 경우도 많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를 막기 위해서 의원입법도 규제심사를 받게 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규제법안의 90%가 의원입법 형태로 이루어졌다. 21대 국회에 와서는 한 주에 180건 넘게 쏟아내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의 투자주도성장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규제영향심사를 받지 않는 의원입법을 줄여야 한다. 의원 1인당 발의할 수 있는 법안의 수를 제한하든지, 의원입법도 규제심사를 의무화해야 한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쉽지는 않겠지만, 여당은 정치력을 발휘해 야당의 동의를 끌어내고 이를 실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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