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1674곳 전체 답사 앞둔 박구한, 이해숙 씨 부부
작년 8월 17일부터 캠핑카 여행, 나만의 해설사 앱 이용해 인증
문화재청, 답사 종착지 울릉도서 30일 완주 기념패 전달 예정

전국 문화유산 답사한 박구한(63)·이해숙(61) 씨 부부. /문화재청

"설악산 인제 봉정암 오층석탑을 보려고 왕복 20㎞를 걸었어요. 고행길이었죠. 그런데 석탑을 보는 순간 희열을 느꼈습니다. 내려오는 발걸음이 가벼웠고요."

1년간 전국 곳곳의 문화유산을 함께 답사한 박구한(63) 이해숙(61) 씨 얘기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이 장년의 부부는 작년 8월 17일부터 캠핑카로 문화재 여행을 다녔다.

길잡이는 문화재청이 만든 애플리케이션 ‘나만의 문화유산 해설사’였다. 국보·보물·사적·명승 등 각종 문화유산 1647곳이 등록된 앱이다. 앱을 설치하고 해당 문화재 200m 안쪽으로 가서 인증을 할 수 있다.

부부는 국가등록문화재인 ‘군산 어청도 등대’와 울릉도에 있는 국가민속문화재 2건만 방문하면, 앱에 실린 모든 문화유산 답사가 끝난다. 현재 군산 시내에 머물며 어청도 여행을 마치고 29일 포항에서 울릉도로 떠날 계획이다.

두 사람이 예정대로 울릉도에 닿으면, 문화유산 앱에 ‘방문 인증’ 기능을 설치한 2020년 11월 이후 모든 곳에 ‘발도장’을 찍은 첫 주인공이 된다. 박 씨는 예전부터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았다. 2019년 ‘한국의 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을 때 여름휴가를 이용해 세계유산 서원 9곳을 전부 돌았다고 한다.

1년간 문화재 1647곳을 다 돌아보려면 산술적으로 매일 5곳 정도를 찾아야 한다. 서울·경주·공주·부여 등에 문화재가 몰려 있는 데다, 국보·보물을 여럿 보유한 사찰도 있어서 생각만큼 많이 이동하진 않았다고 한다.

박씨는 특히 문화유산 앱의 도움을 고마워했다. 그가 꼽은 가장 인상적인 문화유산은 보물 ‘문경 봉암사 마애미륵여래좌상’이다.

"5월 부처님오신날 봉암사에 들어가 마애불을 봤을 때, 불교 신자가 아님에도 정교한 솜씨에 감동했어요. 마애불 제작 당시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었습니다."

역사성 시대성이 투영된 문화유산을 보면 역사교육을 따로 받지 않아도 우리문화의 특성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고 박 씨는 말한다. 자연유산인 ‘명승’의 경우, 단순히 경치 좋은 곳이 아니라 ‘역사적인 장소’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집을 나선 지 한 달이네요. 명절·경조사 빼곤 늘 답사를 했습니다. 정신없이 돌아다녔으니까 8월까진 좀 쉬면서 지난 여정을 정리하려고요. 책 쓰라는 권유도 받아서 집필을 구상 중입니다."

30일, 이번 답사여행 종착지 울릉도에서 문화재청은 박 씨 부부에게 청장 명의의 기념패를 전달할 계획이다. 다음 달(1일~31일) 충청도·전라도·경상도·제주도 등 각각 지정된 문화유산 3곳을 방문한 사람 중 지역별로 25명을 뽑아 선물을 주는 행사도 진행된다. ‘나만의 문화유산 해설사’ 누리집에서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전국 문화유산 답사한 박구한(63)·이해숙(61) 씨 부부. 마지막 답사지인 울릉도에서 30일 문화재청장 명의 기념패가 전달될 예정이다.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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