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빌마 그륀발트(왼쪽)와 남편 쿠르트 그륀발트. /연합
아내 빌마 그륀발트(왼쪽)와 남편 쿠르트 그륀발트. /연합
 표지. 고대에서 현재까지, 희귀한 서신들을 통해 다시 보는 세계사다. /교보문고
표지. 고대에서 현재까지, 희귀한 서신들을 통해 다시 보는 세계사다. /교보문고

영국의 역사학자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의 신간 <우편함 속 세계사>(시공사·448쪽)가 출간됐다. 서신을 통해 바라본 세계사다. 자료들 가운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한 유대인 가족의 슬픈 사연이 담긴 편지도 있다.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 현장인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생사가 갈린 사람들이다. 1943년 12월, 이 가족은 체포돼 아우슈비츠로 이송된다. 이듬해 7월 다리를 저는 맏아들이 처형 대상으로 분류되자 어머니 빌마도 함께 가스실을 선택한다.

빌마는 며칠 뒤 편지를 써서 감독관에게 건네며 수용소 의사로 일하게 될 남편 쿠르트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우리의 운명이다.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는 아니라도 부분적으로 나아질 거라는 내 말을 기억하라. 당신과 미샤(차남)를 생각해야 한다." 죽음을 앞두고 담담 침착하게 써내려간 아내의 편지였다. 그녀는 맏아들과 함께 가스실에서 숨졌다.

한편 남편 쿠르트와 둘째아들은 고생 끝에 훗날 미국으로 이주한다. 미샤가 아버지 사후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 편지를 발견해, 2012년 미국 홀로코스트 추모 박물관에 기증했다. 저자는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이 희귀한 편지를 비롯해, 가족·전쟁·권력·작별 등 18개의 주제에 맞춰 129통을 추려 책에 담고 짧은 해설을 곁들였다. 고대부터 21세기까지 인간사를 바꿔놓은 대표적인 편지들이다. 히틀러에서 피카소, 람세스 2세에서 트럼프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발신자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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