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칼럼]김정은, 발코니서 공연관람하며 유럽 왕족 흉내
[태영호 칼럼]김정은, 발코니서 공연관람하며 유럽 왕족 흉내
  •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 승인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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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내부선 美비건 방북 보도 않고 핵보유국 행세
엄지 치켜올린 김정은 - 지난 8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건군절을 맞아 노동당 중앙위원회 별관에서 열린 공훈국가합창단의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김정은은 이날 공연 도중 국가 제일주의를 선전할 목적으로 공개된 노래‘우리의 국기’가 울려 퍼지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김정은 왼쪽은 부인 리설주, 오른쪽은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조선중앙TV
엄지 치켜올린 김정은 - 지난 8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건군절을 맞아 노동당 중앙위원회 별관에서 열린 공훈국가합창단의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김정은은 이날 공연 도중 국가 제일주의를 선전할 목적으로 공개된 노래‘우리의 국기’가 울려 퍼지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김정은 왼쪽은 부인 리설주, 오른쪽은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조선중앙TV

지난 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북한 조선중앙 TV 등을 통해 북한 동향을 분석해보면 주목되는 점은 첫째로, 북한언론들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 비건의 북한방문을 보도하지 않은 것이다. 북한은 지난 시기에도 김정일이나 김정은이 미국대표단들을 만나주지 않는 한 방문정형을 보도한 적이 드물었다. 특히 비공식 대표단인 경우 세계적으로 아무리 떠들어도 침묵을 지켰다.

북한이 비건의 평양방문을 보도하지 않고 있는 것은 우선, 2차 미북정상회담 같이 김정은의 동선이 사전에 노출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다음으로, 비건과의 회담에서 미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할 내용들을 원만하게 타결하지 못한 사정과 관련된다고 본다.

비건이 서울로 돌아와 ‘회담이 생산적이었다, 양측 모두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으나 그의 표정이 무겁고 기자들도 피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상회담 합의문 내용을 놓고 아직 미국과 북한사이의 의견 차이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재 해제와 비핵화 초기단계, 아직 미북 합의 안된듯

북한의 경우 ‘6.12 싱가포르 합의’대로 ‘선 신뢰구축 후 비핵화’ 원칙에서 미국이 제재의 부분적 해제와 같은 신뢰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상응조치’를 요구했을 것이다. 미국은 핵시설 목록신고와 같이 ‘비핵화 초기단계’ 조치가 없이 제재해제로 넘어가기 힘들다는 원론을 고집했을 수 있다.

사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내놓은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개설과 같은 상징적인 조치보다 북한에 물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와 같은 제재의 부분적 해제가 더 중요한 것이다.

다음으로, 김정은이 2월 8일 북한군 창건 71돌을 계기로 전군의 지휘관들을 다 평양으로 불러 싸움준비를 잘 하라고 격려할 것을 계획하고 있던 시기에 비건의 평양방문을 공개하는 것이 군인들의 전쟁준비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둘째로, 김정은이 북한군 창건 71돌 기념 행사를 통해 핵보유의 자신감을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북한언론들은 김정은이 이번 2월 8일 북한군 창건일 행사에 북한군 모든 군단장, 사단당, 여단장들을 불렀다고 보도했다.

북한에서 아무리 중요한 행사라고 해도 전연지대를 포함한 육해공군의 작전부대 지휘관들이 자리를 비우고 평양에 모이는 것은 군 내부규정에도 어긋난다. 그런데 이것을 일부러 공개한 것은 모든 부대 지휘관들이 자리를 비우고 평양에 올라와도 핵무기가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자신감을 군인들과 주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것이다.

김정은은 2014년 4월에도 북한군 제1차 비행사 대회에 모든 비행사들을 빠짐없이 참가시켜 놓고 ‘이제는 핵무기가 있으니 비행사들이 평양에 다 올라와 하늘을 비워놓고 있어도 된다’고 한바 있다.

이번 북한군 창건 71주년 행사시 김정은 주변에 각 병종 사령관들이 다 앉아 있는데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전략군 사령관 김락겸이 보이지 않고 있다. 공군, 해군 등 다른 병종사령관들은 자리를 비워도 되지만 핵미사일을 지휘하는 전략군 사령관은 다른 병종 지휘관들이 자리를 비울 때만은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김락겸 핵전략군 사령관 부재는 북한군 전략 핵중심 이동 의미

김락겸 핵전략군 사령관 (오른쪽)

그만큼 북한군의 군사전략에서 핵미사일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볼수 있으며 실지로 북한군 전략이 핵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한국언론들이 김정은이 건군절 기념행사 연설에서 핵무기를 언급하지 않고 군의 경제건설참여를 주문한 사실을 김정은의 비핵화의지처럼 보도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가 아닌가 생각된다.

언론들이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려 하는 것처럼 보도하면 국민들도 북한이 정말 핵무기를 포기하는 줄로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로, 김정은의 의전형식이 공산국가들의 일반적인 형식에서 유럽 왕조국가들의 형식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은 이번에 당중앙위원회 본부 별관에서 건군절 경축공연을 관람하면서 처음으로 당중앙위원회 ‘본부별관 극장’을 공개했다.

나는 극장내부 건축양식과 김정은의 공연관람형식을 보고 놀랐다. 이번에 공개한 당중앙본부 별관 극장 객석구조를 보니 발코니구조로 된 유럽식이고 실지 김정은이 발코니에서 공연을 관람한 것이다.

북한 등 일반적으로 공산국가들에서는 극장 객석구조가 사회계급을 반영하고 있다는 의식이 강하다. 그러므로 극장에 발코니가 있어도 지도자들은 공연관람시 관중과 함께 있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평양대극장처럼 극장의 측면에 발코니가 있지만 간부들은 물론 김일성때부터 김정은까지 최고지도자인 수령은 언제나 인민들 속에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관람석을 극장 관람석의 중심부에 정했다. 극장 발코니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유럽식, 귀족식이라고 본 것이다.

이번에 김정은이 극장 발코니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발코니에서 아래 객석에 앉아 있던 군부 지도자들을 내리 보면서 손을 흔드는 장면은 마치도 영국에서 왕실가족들이 로얄 앨버트 홀의 발코니에서 관중들에게 손 인사를 하는 장면을 방불케 한다.

유럽에서 성장한 김정은으로서는 유럽극장들에서 왕이나 그의 가족들이 일반 관중들과 휩쓸리지 않고 지상에서 공중에 떠 있는 발코니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대단히 멋있어 보였던 모양이다.

◇지도자는 민중 속에 있어야 하는데, 김정은 발코니서 왕족 행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1주년 건군절을 맞아 대연합부대장 등과 함께 조선노동당중앙위원회 본부 별관에서 공훈국가합창단의 경축공연을 관람했다고 9일 보도했다. 

 

2015년 장룡식이 영국에 왔을 때 로열 앨버트 홀 등 영국극장 발코니 구조를 설명해 달라면서 연구하는 것을 보고 왜 그럴까 하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발코니에서 공연을 관람해보고 싶었던 김정은의 꿈이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 같다.

김정은은 2012년 4월 김일성의 탄생 100돌을 계기로 김일성광장에서 맑스와 레닌의 초상화를 내리고 당규약과 10대원칙에서 맑스가 만든 ‘공산주의’라는 표현과 레닌이 만든 ‘프로레타리아독재’ 라는 표현까지 다 ‘우리식 사회주의’로 고치라고 하였다.

이제는 공연관람형식과 객석구조에서도 ‘공산주의’식을 깨고 유럽식으로 가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유럽극장 발코니에서는 공연 관람시 음료주문도 가능할 만큼 특권이 부여된다.

유럽민주주의국가들에도 발코니 객석구조를 가진 극장들이 많지만 선거에 의해 지도자가 된 대통령이나 수상들은 민중과 멀어진다는 비난 때문에 발코니를 좀처럼 이용하지 않는다. 항상 경호에 신경 쓰면서 특별히 발코니를 이용하던 링컨 대통령은 오히려 발코니에서 암살되였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나 총리가 발코니에서 공연을 관람한 전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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