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청장 “권고안, 경찰제도 근간 변화시키는 것”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사의 입장 발표 전 취재진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김창룡 경찰청장이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업무조직 설치 추진에 반대하며 법정 임기 26일을 남기고 사의를 표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 청장의 사표 수리를 보류하기로 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김 청장의 사표를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다. 검찰 수사 또는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거나 징계 심사에 계류 중인지 등을 조회한 뒤 문제가 없는지를 살펴 수리 여부를 최종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오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스페인 마드리드로 출국하는 만큼 즉시 사표 수리는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김 청장이 정식으로 사표를 낼 경우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민 장관도 김 청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에 대해 "사임은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될 것으로 안다"며 "경찰 제도개선에 대한 우려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서로 의견 교환을 했다. 오늘 발표해 드린 바와 같은 똑같은 말씀을 청장님께 드렸고 청장님도 상당 부분 수긍을 했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경찰청장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에 대해 깊이 고민한 결과 현 시점에서 사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이상민 장관의 경찰업무조직 설치 관련 기자간담회 직후에 입장을 밝힌 것이다. 지난 주말 김 청장은 이 장관과 100여 분간 통화하며 경찰의 입장을 설득하려 노력했으나 전혀 수용되지 않아 사퇴를 마음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청장은 "자문위 논의 관련 국민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 사회는 경찰 중립성과 민주성 강화야말로 국민의 경찰로 나아가는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권고안은 이러한 경찰제도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 청장은 일선 경찰관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행안부 자문위가 경찰 통제방안을 발표한데 이어 경찰 고위직 치안감 전보 인사 번복 파문까지 더해진데 따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 번복 사태를 두고 ‘중대한 국기 문란’이라고 질타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인사 번복이라는 황당한 내용으로 보도됐는데 인사 번복이 있지 않았다는 것은 팩트로 확인됐다. 과연 기안 단계에서 어떤 것이 있었느냐가 핵심 쟁점이다"며 "경찰청 내부에서 자체조사를 하고 있고 관련 분야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김 청장이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시작되는 날 오전부터 치안 총수가 예고도 없이 사의를 표명해 심각한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전임 정권의 부패 수사에 대해 손을 놓고 있던 사람이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운운하며 사의를 표명한 것이 아이러니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 청장의 사의가 수용될 경우 경찰청은 윤희근 경찰청 차장 직무대행 체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는 윤희근 차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우철문 부산경찰청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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