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가 생긴다. 의미가 크다. 싸움박질만 일삼던 여야가 나랏일에 힘을 합치는 것은 국민들에게 다행스런 소식이다. 모처럼 만에 국회가 할 일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양향자 위원장은 위원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양 의원은 삼성전자 임원을 지낸 반도체 전문가. "야당에 있었던 무소속 의원"이니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해 민주당과 대립했던 인물"이라는 등의 정치 의미를 보태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양 의원만큼 반도체에 관한 전문 지식·경험이 풍부한 의원이 국회에 없다. 위원장을 맡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

양 의원은 "반도체는 경제이자 안보이며 여야와 이념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반도체가 가지는 위상과 가치를 꿰뚫고 있다. ‘반도체’는 한국경제의 상징이며 자부심 가운데 하나다. ‘세계 10대 경제대국’ ‘IT 강국’을 만든 주역. 그러나 심각한 위기다. 반도체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질 수 있다.

메모리 분야에서 한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70%. 20년 가까이 최강국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급성장하는 비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겨우 3~4%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 전체 규모는 730조 원. 이 가운데 70%를 비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했다. 한국이 강한 메모리 시장은 줄어들고 있으나 약한 비메모리 시장은 크게 늘고 있다. 빨리 따라잡지 않으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사양산업으로 굴러떨어질 형편이다. 반도체 기업들은 문재인 정부의 반 기업 감정과 규제에 짓눌려 제대로 전략을 세우거나 투자를 하지 못했다. 5년을 헛되이 보냈다. 그 대가가 ‘비메모리 약체국’이다.

대만은 반도체 산업으로 경제를 크게 일구고 안보를 튼튼하게 하고 있다. 세계 비메모리 분야 상위 10개 기업 중 4개가 대만 기업. 지난해 이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64%다. 올해 GDP 성장률은 3.9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은 중국 침공에 대비해 반도체를 대미 외교카드로도 활용하고 있다.

반도체특위의 책무는 무겁다. 나라의 경제·안보가 특위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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