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에 어민들 인계하고 싶다" 태영호 의원 자료 공개

의심가는 속전속결
귀순자 조사에만 통상 3개월...3일만에 전격 인계
"흉악범"이라며 어선 감식조차 하지 않고 넘겨줘
이례적으로 국정원이 직접 의뢰해 어선 소독까지
당시 부산 한·아세안회의에 김정은 참석 설득 중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 씨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유족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TF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 권성동 원내대표, 이 씨, 유족의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 /연합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 씨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유족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TF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 권성동 원내대표, 이 씨, 유족의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 /연합

지난 2019년 동해상에서 어선을 타고 귀순한 어민들을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송환 요청이 있기도 전에 돌려보내겠다고 북한에 통지한 것이 드러났다.

27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문 정부는 2019년 11월 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어선을 붙잡고 정부 합동조사를 벌인지 사흘만인 같은 달 5일 북측에 "어민들을 추방하고 선박까지 넘겨주고 싶다"고 통지했다. 이에 북측은 하루 뒤인 6일 "인원·선박을 인수하겠다"고 회신했고, 7일 오후 판문점을 통해 귀순 어부의 강제 북송이 이뤄졌다. 선박은 다음날인 8일 오후 동해 NLL 상에서 인계됐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송환을 요구하기도 전에 정부가 먼저 인계하겠다고 알리고 이틀 만에 북송이 완료된 것이다. 과거 북한이 귀순자에 대한 강제 북송 요구를 했을때 우리 정부가 응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또 귀순한 탈북민에 대한 조사는 짧아도 1개월, 통상적으로는 3개월 가량 걸린다. 그럼에도 단 3일만에 조사를 완료하고 북한으로 송환한 것이다.

당시 북측이 비공식 채널을 통해 귀순 어민의 송환을 요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안보실이 당시 제출한 자료에 관련 내용은 언급된 바 없다고 태 의원실은 전했다.

앞서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같은 해 11월15일 국회 외통위에 출석, "북한이 송환을 요구한 적은 없고 저희가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송환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지난해 북한 어부 송환과 관련 이같은 내용을 기술한 자료를 태 의원실에 제출하며 "북한 주민을 추방한 첫 사례로서, 흉악범 도주라는 새로운 상황에 대해 정부가 적극 대응했다"고 밝혔다.

안보실은 "이들 선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흉악범이며, 이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해 추방 결정했다"며 "국내 입국·정착한 북한 이탈 주민들과는 관련 없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안보실은 당시 이들 북한 어민들이 어선에 탑승하고 있던 동료 선원 16명을 해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어민들은 포승줄에 묶이고 안대로 눈까지 가린 채 판문점으로 이송됐다. 동료들을 해친 현장인 어선에 대한 감식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국가정보원의 의뢰로 어선에 대한 소독이 이뤄졌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2019년 6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해안 나포 어선 39척에 대한 검역·소독 내역을 분석한 결과, 국가정보원이 소독을 의뢰한 사례는 귀순 어민이 타고 온 오징어잡이 어선이 유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진상 규명 태스크포스(TF)는 문 전 대통령이 11월 5일 김정은에게 부산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초청 친서를 송부하면서 귀순 어민 인계 의사도 함께 전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 일각에선 "김정은이 부산으로 와 달라"고 설득하려고 귀순 어민 북송을 먼저 제안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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