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형
강규형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소식은 최하영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분 우승에 이어 날아온 낭보였다. 원래 내성적 성격의 임윤찬은 연주할 때는 못 말리는 끼를 발산했다. 피아노 협주곡 치면서 흥에 겨워 자기도 지휘 모션을 할 정도였다. 그의 결선 곡인 라흐마니노프 3번은 치기 어렵기로 유명한 곡인데도, 익숙하게 그리고 또렷하게 쳐냈다. 지휘는 세계 여성 지휘계 선두 그룹에 속한 마린 알솝(Alsop)이었는데, 연주자를 잘 살려주는 반주를 해줬다. 그는 볼티모어 심포니 상임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알솝도 임윤찬의 연주에는 깜짝 놀란 듯하다.

준결승 곡인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은 숨이 벅찰 정도였다. 클라이번이 들었더라도 놀랄을 것이다. 레슨비 쏟아부은 경우가 아닌, 소도시의 일반 피아노학원에서 7살부터 다니다가 재능이 드러나 영재교육프로그램에서 키워진 순수 국내파라는 게 더 기특하다.

무시무시한 실력에 스타성까지 갖췄기에 당분간 임윤찬 열풍이 불 듯하다. 그는 8월에 ‘롯데콘서트홀 여름 음악 축제 클래식 레볼루션 2022’에서 이미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할 예정이었다. 이 연주회는 그의 우승 소식이 알려지면서 순식간에 매진됐다. 지도교수인 손민수는 결혼식을 하고는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 때문에 신혼여행을 연기했다 한다.

임윤찬 최연소 우승 덕분에 한동안 잊고 지냈던 이전 최연소 우승자였던 크리스티나 오르티즈(Ortiz)도 기억에 소환됐다. 여성이 ‘감히’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 3번에 도전하는 게 금기시됐던 시절 연주뿐 아니라 메이저 레이블에서 그 곡들을 당당히 멋지게 레코딩했던 여류 피아니스트는 ‘피아노 여제’ 마르타 아르게리치(아르헨티나)와 오르티즈 둘밖에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임윤찬을 포함해서 이런 선구자들 덕에 클래식 음악은 계속 발전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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