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김용식

당내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27일 결국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첫 회의를 열고 출범했다.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이준석 대표에게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받은 최재형 의원은 "2년 후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국민께서 선택한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우리 당의 책임을 다할 수 없다"라며 "우리는 여당이 됐지만, 국민의 지지와 신뢰 없이 ‘180석 거대야당’을 상대로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기는 어렵다. 우리 당을 둘러싼 환경이 나날이 변화하고 있는데, 그 변화에 맞춰 우리도 변화하고 혁신되어야 한다"라고 했다.

처음 혁신위 출범 예고에 우려를 전했던 당 내외 인사들은, 선거에 연승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혁신을 논하는 것이 ‘수상하다’고 했다. 2년 뒤에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에 공천권이 없는 현재 당 대표인 이준석이 ‘이준석 계파’ 즉 ‘이핵관’들을 위한 룰을 정해 공천에 영향을 끼치려 하는 건 아닐지 걱정했다. 아니나 다를까 최재형 혁신위원장은 임명된 직후 이준석 대표와 논의한 혁신위 운영 방향에 대해 "공천 기준을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2024 총선에 미리 ‘숟가락 꼽기’를 하겠다는 이 대표의 꼼수에, 이 대표에게 종로 보궐선거 공천을 받은 최재형 위원장이 ‘이핵관’에 줄서 앞잡이 노릇을 하는 격이 되었다. 앞서 최 위원장이 직접 언급했듯, 당을 둘러싼 환경이나 정치적 환경은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에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또한 선거 당시에 책임을 지는 당 대표와 선거대책위원장, 공천심사위원장 등이 사회적 분위기와 흐름을 파악하며 치밀하고 유연하게 공천 전략을 세우게 된다. 그런데 보궐선거로 당선되어 초선 의원들 중에서도 0.5선 초짜 국회의원이 사회에 있으며 지냈던 판사나 감사원장 직함만으로 2년 뒤의 정치환경과 사회적 분위기를 예측하여 정당의 ‘혁신’과 ‘공천 룰’을 운운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 심히 우려된다.

‘혁신’ 한자로는 가죽 혁(革), 새로울 신(新)을 사용하는 글자이다. ‘가죽을 새롭게 한다’는 뜻으로 새 가죽을 얻기 위해서는 기존에 있던 가죽을 벗겨내야 하며, 그 가죽을 벗겨내는 처절한 고통 역시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재형 위원장이 스스로 언급했듯 2년 뒤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여당이 되기 위한 아주 중요한 선거일 것이다. 아무도 2년 뒤를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한 확실한 ‘혁신’은 30대 당 대표든 2030 지지율이든 연연하지 말고, ‘공정’하게 ‘성 상납 의혹’ 혹은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품고 있는 추악한 낡은 가죽부터 벗겨내는 고통에 앞장서는 것이다. 국민의힘 최재형 혁신위원장이 진정한 ‘혁신’을 시도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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