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재형 의원실 주최로 열린 '반지성 시대의 공성전' 세미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재형 의원실 주최로 열린 '반지성 시대의 공성전' 세미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친윤(親 윤석열)간의 대립이 심화되며 차기 당권을 향한 경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 대표가 성 상납 의혹으로 당 윤리위 징계 위기에 놓이면서 당 권력의 무게 중심을 가져가기 위한 이합집산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대선후보로 나섰던 안철수 의원이 친윤계와 접촉면적을 넓히며 차기 당권주자로서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이 주도하는 ‘미래혁신포럼’은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활동을 재개했다. 미래혁신포럼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초청해 강연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국민의힘 의원 중 절반 가까운 50여 명이 참석하며 세를 과시했다.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정진석·윤한홍·이철규 의원들은 물론 이 대표와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인선을 두고 갈등을 빚은 안철수 의원도 자리했다. 그는 이날 행사장에서도 장 의원과 권 원내대표를 비롯해 최다선 중진 윤핵관이자 직전 국회부의장을 지낸 정진석 의원 등과 나란히 1열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안 의원은 김 전 위원장 강연에 앞서 예정에 없던 축사를 했다. 장 의원의 즉석 제안때문이었다. 하지만 안 의원은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미래혁신포럼에 가입할 수도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으로 ‘굴러온 돌’인 안 의원에게는 당 내 기반을 다지기 위해 친윤계와 밀접한 관게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합당 후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으로 친윤으로 분류되는 정점식 의원을 추천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반면 같은 날 오후 ‘탈원전 및 전기료 인상’ 주제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는 의원 30여 명만이 참석했다. 당의 공식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참석률이 저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40명도 안 왔다. 참석 인원이 오전에 했던 김 전 위원장 초청 강연회보다도 더 적다"며 저조한 참석률을 지적했다.

또 공교롭게도 포럼 행사가 열린 시간은 이 대표 주도로 출범한 당 혁신위원회의 첫 회의 시간과 겹쳤다. 장 의원은 미래혁신포럼을 통해 친윤 세력이 결집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는 "과한 해석"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대표와의 갈등설에는 "자꾸만 갈등을 유발하지 말라"며 "이 대표와 저와 어떤 갈등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당 내에서 친윤계를 중심으로 ‘반(反) 이준석 연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MBN 인터뷰에서 미래혁신포럼에 대해 "그 모임이 진짜 깨어 있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모임이라면 (친윤계가) 오늘 느끼신 게 많을 것 같다. 그런데 별로 안 느낄 것 같은데"라고 했다. 또 ‘윤 대통령과 친윤계 생각이 다르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게 같으면 나라 큰일 난다. 나라 걱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향한 친윤계의 공격은 윤 대통령의 의중이 아니라며 친윤계와 ‘윤심(윤 대통령의 뜻)’의 분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대표와 친윤계의 대립은 점차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7일 윤리위가 이 대표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윤리위에 회부됐다는 것만으로도 이 대표의 리더십은 손상을 입었다. 또 당 대표 임기가 반환점을 지난만큼 차기 당권 경쟁이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집권여당 대표’를 향한 물밑싸움은 더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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