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7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7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치열한 세일즈 외교전을 예고했다. 이번 일정에 잡아놓은 총 9차례 양자 정상회담에는 안보 분야뿐만이 아닌 원전·방산 수출 등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와 직결되는 중요한 의제들이 포함돼있어 가시적인 성과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양자정상 만남은 29일 열리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회담이다. 폴란드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토의 대러 최전선으로 부각되면서 국방 현대화에 힘을 모으고 있다. 특히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자국 무기를 보내고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산 전투기·전차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마리우스 브와슈차크 국방부 장관이 이끄는 폴란드 대표단은 최근 한국을 찾아 군 당국과 방산업체 관계자들과 활발한 접촉을 갖기도 했다.

폴란드는 구체적으로 K2전차 180대, FA-50 경공격기 48대, 장갑차와 고속유탄기관총 등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은 이달 중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 방산전시회 ‘2022 유로사토리’에 폴란드형으로 개량한 K2PL 전차 모형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으며, 폴란드 방산그룹 PGZ와 전차 및 장갑차 공동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한화디펜스는 천무 다연장로켓, 차륜형 대공포, AS-21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의 수출을 공략할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내달 영국 에어쇼에 참가하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를 지원한다. 블랙이글스는 영국 에어쇼를 마친 직후 폴란드 상공도 순회 비행한다. 이번 비행을 통해 한국 전투기의 우수성을 홍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 대통령은 네델란드와 체코를 겨냥한 원전 세일즈에도 본격 나선다. 29일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 30일 페트리 피알라 체코 총리와 각각 양자 정상회담에서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체코는 원전 1기를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2024년까지 우선협상대상자와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체코는 향후 원전 3기의 추가 건설을 검토 중이어서 이번에 계약을 따내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사업 수주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폴란드 역시 올해부터 원전 수주 경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는 곳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3일 경남 창원시 원자력 발전 설비 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국내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폴란드, 미국 등에서 탄소 중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원전이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인식되면서 수출 시장이 열려 있다"며 "세계 주요국들이 미래 원전시장 주도권을 두고 지금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정부 뿐 아니라 저 역시도 원전 세일즈를 위해서 백방으로 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불과 일주일만에 원전 세일즈 실전에 나서는 셈이다.

대통령이 원전 세일즈에 나선 것은 지난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해 한전 컨소시엄의 원전 수주를 지원한 게 마지막이다. 이양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폴란드와체코를 각각 방문해 산업·에너지 분야의 주요 고위급 인사들을 만나기로 했다. 한국 원전 기업의 체코·폴란드 신규 원전사업 수주를 지원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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