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우선 추진과제로 ‘근로시간 제도 및 임금체계 개편’을, 추가 개혁과제로 ‘사회적 대화’를 제시했다. 이 장관은 7월 중 관련 전문가로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구성해 10월쯤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겠단다.

이 장관이 개혁 과제로 제시한 문제를 포함한 수많은 노동시장 문제들은 하나의 ‘핵심 부조리’ 내지 뿌리에서 나온 다양한 증상이다. ‘핵심 부조리’는 상생과 협력이 아니라 약탈과 대립의 후진적 노사관계다. 이 장관의 말대로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노동규범과 불합리한 관행’이다. 대기업·공기업·규제산업의 조직노동과 공공부문 종자사들은 자신이 창조하거나 기여한 것(생산성)보다 월등히 높고 많은 권리·이익(고용임금 등)을 취한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노동 부조리의 뿌리에는 경직된 근로시간 제도, 불공정한 임금체계, 공염불에 그치는 ‘사회적 대화’, 그리고 직장의 계급화, 노조의 귀족화, 공공의 ‘양반화’, 대기업·공기업 정규직의 철밥통화 등이 놓여 있다. 더욱이 대기업·공기업에서만 노조가 압도적 힘의 우위에 있게 만든 노동관계법과, 고용노동 현실을 너무 모르는 법관의 온정주의가 있다. 노동 관련 국제규범과 달리 파업 시 사업장 점거에는 관대하되, 대체인력 투입은 엄격히 틀어막는다. 법은 힘센 노조 편이다. 법원 판결은 해고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법이 규정한 ‘정당한 이유’를 아주 엄격하게 해석한다.

이런 규범과 관행은 근로자들이 저숙련·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자본과 권력의 전횡에 저항할 수단이 거의 없던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은 노사관계도, 기업환경도, 정권의 성격도 상전벽해가 일어났다. 하지만 이른바 ‘민주·진보·노동세력’은 여전히 노동자 전체를 ‘약자’라고 우긴다. 공무원들도 일단 철밥통을 차지한 이상 과도한 노동보호가 나쁠 게 없다.

노사관계 선진화 없이 노동시장 개혁은 불가능하다. 핵심은 노사 간 ‘무기의 대등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구시대 노동조합법과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 법관들의 고용노동 현실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이런 문제들이 선결되지 않으면 노사관계 선진화는 요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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