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수
김태수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이 익숙한 우리 속담을 제목으로 ‘뒤집어’ 내세운 책 한 권이 미국에서 발간됐다. 영국 런던의 킹스칼리지 국제정치학과 라몬 파체코 파르도(Ramon Pacheco Pardo) 교수가 집필한 <새우에서 고래로: 한국, 잊혀진 전쟁에서 K-팝까지>(Shrimp to Whale: South Korea from the Forgotten War to K-Pop)가 그 책이다. 책 제목에는 더 이상 새우가 아니라 고래가 됐다는 주제가 함축되어 있다.

스페인에서 태어난 저자 파르도 교수는 2003년 한국 고려대학에서 수학하고 영국의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킹스칼리지 대학의 교수이자 현재 미국 워싱턴 소재 주요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한국학 비상근 펠로우 겸 의장을 맡고 있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북한 문제를 다룬 책을 비롯하여 여러 권의 책을 집필했다.

저자는 책에서 고조선시대에서 삼국·고려·조선 시대, 일제 강점기간과 남북한 분단, 현재 괄목할 만한 성장까지 한국사를 통틀어 기본적으로 기술했다. 그리고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에서 보듯 강대국에 휩싸여 항상 피해만 보아온 ‘새우’가 어떻게 지금 거대한 ‘고래’가 되었는지 그 이유를 분석하고 있다.

파르도 교수는 여러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현재의 성장과 결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한다. 우선 정치·경제 지도자들이 앞을 내다보고 확실한 의지로 일관된 정책을 추구해 나간 것, 현실적이고 성취가능한 방법으로 국민들을 지도해 나간 것이 그 중요한 원인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특히 이 대목에서 한국인들의 의지(will power)가 너무도 중요했으며, 경제정책을 성공리에 준비하고 그 토대를 구축한 박정희 대통령이 그 중심부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제정책 수립 이후 이를 실천하는 메커니즘에서도 한국은 철저한 사전준비와 강력한 추진책으로 온국민이 하나 되어 일사불란하게 경제에 올인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 제기하고 불균형적 발전, 독재적 정책의 강행 등에 대해서 파르도 교수는 민주화란 어떠한 정치적·사회적 이벤트가 아니며 장기적으로 점진적으로 전개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민주화는 특히 서구 쪽에서 보면 한국에게 소위 강요하는 면이 많은데, 한국의상황에 서구 입장으로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으며 그 과정의 역사적 전개가 더 중요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의 발전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저자는 한류 문화를 든다. 특히 K-팝은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영국은 물론 자신이 태어난 스페인, 나아가 유럽 전지역, 남미에서도 완전히 뿌리내렸고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남녀 밴드가 BTS, 블랙핑크라는 점을 들었다. 일부에서는 K-팝, 한류문화가 일시적 유행에 그칠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2000년 K-팝이 전 세계에 본격적으로 보급된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 파워 있는 세계 공통의 문화로 자리잡은 점에서 한국의 저력을 볼 수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통일 문제에서 저자는 긍정적으로 통일이 빠른 시일 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긍정론을 펼치며, 북한 내부에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 북한이 먼저 변하는 것이 통일의 진정한 출발이 될 것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이 책은 한국에 대한 입문서로 특히 유럽인의 눈으로 한국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저력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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