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이정민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문재인 정부 때 일어난 여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어지자 ‘정치보복 수사 대응 기구’를 당내 출범시키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윤석열 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 2019년 탈북 어부 강제 북송 사건’ 등의 과거사 재조사를 통해 전 정부를 타겟으로 전방위적 수사를 하고 있기때문에 이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한다는 말이다. 과연 이러한 민주당의 항변처럼 현재의 여러 수사들이 ‘정치보복’에 해당될까?

먼저 정치보복이 성립되기 위한 필수조건은 좌우의 ‘진영’과 연관된 문제이어야 한다. 그런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대한민국 한 국민의 생명, 그리고 ‘탈북 어부 강제 북송 사건’은 한 개인의 인권과 관련한 ‘진실규명’에 대한 문제이다. 그 어떤 시각으로도 ‘진영’과 연관된 부분을 찾을 수가 없다. 오히려 이 두 사건을 정치보복으로 간주하는 민주당의 ‘진영적 관점’은 마치 북한을 같은 진영으로 보는 듯한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더군다나 각각의 사건에 대해 ‘월북의도’와 ‘엽기 살인마’를 운운하며 개인의 소중한 생명과 인권에 대한 문제를 짓밟고, 진영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모습은 그들의 밑바탕에 있는 전체주의적 사고체계를 더더욱 의심케 한다.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수사당국은 명운을 걸고 철저히 규명"하라고 직접 지시하였던 ‘고(故) 장자연씨 사망사건’과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의혹’ 등의 과거사 재조사에 대해 당시 정치보복 논란은 전혀 없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후보로 대통령이 되긴 했지만 진영의 색채는 매우 옅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정치보복 프레임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할 것으로 확신한다. 진영은 비슷한 이념을 가진 국민들의 집단으로 형성될 뿐, 국민 개개인 위에 진영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서히 열리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 안에는 진영이 아닌 진실만 있을 뿐이다.

만약 민주당이 정치보복 프레임이 아니라 ‘복수’라고 했다면 오히려 긍정할 국민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보복은 "내가 당한 고통 너도 당해봐라"식의 응보주의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결국 모두 다 파멸하는 재앙을 야기한다. 하지만 반대로 복수는 부정(不正)을 바로 잡는 정의의 편(사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수극을 보고 나면 관객들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얻게 된다.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이 바로잡힌다면 이를 지켜본 수많은 국민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얼마전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복수 시리즈 중 첫번째 작품인 ‘복수는 나의 것’처럼 개인적인 ‘복수심(心)’에 기반해서는 안된다. 개인적인 감정은 방향을 흩트리며 또다른 부정(不正)을 낳기 때문이다. 오로지 복수는 정의로운 사회를 열망하는 ‘국민의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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