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김포-하네다 항공노선의 운항이 2년 3개월 만에 29일 재개됐다. 김포-하네다 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김포공항 국제선 탑승장 내 면세구역을 이용하고 있다. /연합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김포-하네다 항공노선의 운항이 2년 3개월 만에 29일 재개됐다. 김포-하네다 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김포공항 국제선 탑승장 내 면세구역을 이용하고 있다. /연합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가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김포와 일본 하네다를 잇는 하늘길이 2년 3개월만에 다시 열린 덕분이다.

한일 교류의 상징인 김포-하네다 노선의 운항 재개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불어온 양국 경제·산업계의 훈풍이 민간차원의 인적 교류 활성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빈사 상태에 내몰렸던 면세·관광업계도 경영정상화의 마중물이 넣어졌다며 앞으로 늘어날 고객의 발길을 붙잡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29일 아침 8시 김포공항 국제선 여객터미널의 2층 체크인카운터와 3층 출국장은 환한 조명 아래 탑승 수속을 밟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도쿄 하네다공항으로 향하는 오전 8시 30분발 아시아나항공 OZ1085편과 9시발 대한항공 KE707편을 타려는 승객들이었다.

업무상 도쿄를 자주 찾는다는 승객 이락순 씨는 "코로나19로 2020년 3월 김포-하네다 노선이 없어진 뒤부터 인천공항을 이용했었는데 운항 재개 소식에 항공편을 바꿨다"며 "편해진 출장길에 일도 잘 풀릴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일본항공·전일본공수 등 양국의 4개 국적항공사는 이날부터 각각 주 2회씩 총 주 8회의 운항을 시작한다. 또한 양국 정부는 항공수요 증가 추세와 항공사 여력 등을 고려해 내달부터 운항 횟수를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번 하네다 노선의 재개는 단순히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국제선 하나가 복원된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김포-하네다는 한일 인적 교류의 아이콘과 같은 노선이기 때문이다.

실제 김포-하네다는 인천-나리타 노선보다 서울·도쿄 도심으로의 접근성이 뛰어나 관광객은 물론 비즈니스맨들로부터 큰 애정을 받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정기편만 주 21회 운항됐고 연간 이용객 205만명, 성수기 탑승률 98%의 ‘황금노선’으로 불렸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4월 한일관계를 회복하고자 일본으로 파견한 한일정책협의대표단을 통해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를 제안한 것도 이런 상징성을 내다본 결정이었다. 이후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국토부와 외교부의 협의를 거쳐 이달 21일 양국 항공당국이 운항 재개에 전격 합의했다.

한국항공협회 관계자는 "하네다 노선 재개를 계기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앞다퉈 일본 노선을 증편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일본 공항의 문이 열릴 것"이라며 "이는 ‘민간교류 확대→항공·여행산업 활성화→경제증진’으로 이어질 게 자명하다"고 예상했다.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도 이날 김포공항에서 열린 하네다 노선 운항 재개 기념식에서 "김포-하네다 노선은 양국 인적교류 활성화의 기폭제이자 주요 국제노선 확대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가장 반색하고 있는 곳은 면세·관광업계다. 일본은 코로나19 이전에만 해도 연간 1000만명 이상이 왕래하는 거대시장이었던 까닭이다. 한국관광공사에 의하면 2018년까지 일본은 찾은 한국인은 연평균 700만명에 달했다. 일본에서도 연 300만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하지만 2019년 ‘노재팬’ 운동으로 여행수요가 쪼그라들었고 코로나19라는 폭탄까지 터지며 여행업계는 사실상 매출 제로의 개점휴업 상태에 처했다. 그렇게 지난 2년여간 여행사 1000곳 이상, 대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도 9곳(57→48곳)이나 문을 닫았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외입국자의 격리 의무 해제에 이은 하네다 노선 재개로 해외 여행객 급증이 기대된다"며 "일본 여행수요가 노재팬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복구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듯하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이에 롯데·신세계·현대·신라 등 주요 면세점들은 물꼬가 트인 일본 관광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당장 신라·롯데면세점은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김포공항 내 면세점을 재개장하고 승객들을 맞고 있다.

또한 모든 면세점이 휴가비 지원, 적립금 추가, 페이백, 환율 보상 등 고객 모시기 프로모션에 나섰고 명동·잠실을 비롯한 서울 거점점포의 VIP 라운지도 속속 재오픈하고 있다.

하나투어·노랑풍선 등 여행사들 역시 신상품을 내놓으며 일본 관광특수 잡기에 한창이다. 아직은 일본 여행시 격리면제 대상이 패키지여행에 국한돼 있어 단체여행을 중심으로 예약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이달초 마감된 하나투어의 일본 패키지여행 상품은 예약률이 전주보다 887.3%나 폭증하기도 했다.

한국면세점협회 관계자는 "면세점 고객의 80%를 차지하는 패키지 관광객이 끊기면서 업계 매출 규모가 2019년 24조8586억원에서 2020년 15조5052억원, 2021년 17조6403억원으로 급락했다"며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항공수요 회복 훈풍에 힘입어 올해는 작년을 크게 웃도는 실적 실현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김포-하네다 항공노선의 운항이 2년 3개월 만에 29일 재개됐다. 김포공항 국제선 출국장의 출발 항공편 안내 모니터. /연합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김포-하네다 항공노선의 운항이 2년 3개월 만에 29일 재개됐다. 김포공항 국제선 출국장의 출발 항공편 안내 모니터.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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