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기점으로 ‘가치외교’를 본격화한 모양새다.

한국과 가치규범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지역 테두리를 넘어 협력을 꾀하겠다는 구상을 분명하게 피력한 것이다.

나토가 향후 10년간 목표를 담은 ‘전략개념’(Strategic Concept)에서 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직접 언급하며 "국제질서를 뒤엎으려고 한다"고 비판한 가운데 윤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사실 서방의 반중(反中) 노선 동참이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전시컨벤션센터(IFEMA)에서 열린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 7번째 연설자로 나서 나토와 인도·태평양 지역간 연대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나토 파트너국 자격으로 한국 정상 최초로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 민주주의 법치 기반 위에 설립된 나토와 변화하는 국제안보 환경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자유와 평화는 국제사회의 연대에 의해 보장된다. 나토와 인태간 협력 관계가 보편적 가치 수호 연대의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브리핑에서 전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법치 등 한국을 지탱하는 가치를 고리로 나토와 연대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가치외교’에 있어 지역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게 윤 대통령의 인식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이틀간 각국과의 릴레이 양자회담에서 ‘가치 연대’를 먼저 앞세웠다.

"지금의 글로벌 안보질서에서 한 지역 문제가 그 지역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는 발언을 반복하며 가치에 기반한 국가간 공동 대응 필요성을 피력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유럽 중심의 집단안보 체제인 나토의 초청에 응한 데도 이러한 ‘가치외교 강화’ 기조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토 초청을 받은 파트너국인 ‘A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4개국 정상이 이날 회동에서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새로운 인도·태평양 전략을 마련하면서 유럽 국가들과 필요시 협의하겠다고 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앞서 윤 대통령은 IFEMA 앞에서 진행한 약식 회견에서도 "자유와 인권, 법치를 중시하는 규범에 입각한 질서가 존중되는 협력을 우리 나토 국가들과 인태(인도·태평양) 국가들 사이에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이번 나토 회의 참석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관영매체가 한·일을 향해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대한 ‘대가’를 언급하는 상황 속에서 첫 나토 연설에 임하는 데 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미중 패권경쟁 격화, 우크라이나 사태 등 신냉전의 국제질서 속에서 중국을 향해서도 강한 견제구를 날리는 나토의 기조와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개최 가능성이 불확실한 것으로 알려졌던 한·일·호·뉴 정상회동이 이날 성사된 것도 중국 견제 성격과 무관치 않다.

나토는 이날 공개한 ‘전략개념’에서 "중국의 명시적인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이 우리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한다"며 중국을 "규칙에 기초한 국제 질서를 뒤엎으려고 노력하는" 국가로 기술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촉발한 러시아 못지않게 중국을 위협적인 존재로 묘사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나토 회의) 참석국 대부분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 책임, 중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책임성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 이상으로 모든 나라가 매우 강력하게 표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초청된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4개국은 새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데 그 한가운데 중국에 대한 고민과 딜레마가 섞여 있다"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나토 연설에서 "새로운 경쟁과 갈등 구도가 형성되는 가운데 우리가 지켜온 보편적 가치가 부정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한 것도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중국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도 있다.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부터 일정에 이르기까지 행보 전반이 ‘반중’ 노선 강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일부 세력이 나토를 선동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촉수를 한 걸음 더 뻗치거나 군사 동맹을 빙자해 ‘아태판 나토’를 만드는 데 결연히 반대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대(對)중국.·러시아 관계와 균형점을 어떻게 찾을지가 과제로 남은 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반중노선이라고 하기보다는 합의한 룰을 거스르지 않는다면 최소한 기본적인 협력관계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데 공감대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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