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620원으로 정해지면서 ‘최저임금 1만원’은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뤄지지 못하게 됐다. 특히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차등) 적용 논의도 수면 위로 부상할 전망이어서 노동계의 하투(夏鬪)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0일 경영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공약했지만 결과적으로 지키지 못했다.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결정된 2018년도 최저임금 7530원은 2017년보다 16.4% 인상됐고, 2019년도 최저임금 8350원은 2018년에 비해 10.9% 올랐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두 자릿수였던 적은 모두 9번 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두 해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하자 ‘속도 조절론’이 제기됐고, 2020년도 최저임금 8590원은 2019년보다 2.87% 오르는데 그쳤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지난해와 올해의 전년 대비 최저임금 인상률은 각각 1.5%, 5.1%에 머물렀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저임금과 관련해 목표액을 제시한 적은 없다. 하지만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하는 구분 적용을 공약했다.

이 때문인지 경영계는 이번에 업종별 구분 적용을 강하게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들의 임금지불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들은 업종별 구분 적용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기초자료 연구를 고용노동부에 권고했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은 노동계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다. 업종별 구분 적용은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해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을 보장한다’는 최저임금제 취지를 와해시키는 것이라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특히 노동계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 근거(근로기준법 4조 1항 단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최저임금 인상률이 노동계의 요구에 크게 못미치고,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도 논의의 장에 올라오게 되면서 노동계의 하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또한 정부와의 대립각도 더욱 날카로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9160원보다 5.0% 오른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은 201만580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표결을 거쳐 결정됐다. 노사 양측은 박준식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3차례에 걸쳐 요구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은 9620원을 제시한 뒤 표결을 제안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워낙 커 공익위원들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근로자위원 9명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 4명은 9620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회의장에서 퇴장해 표결에 불참했다. 한국노총 소속 5명만 표결에 참여했다.

사용자위원 9명은 표결 선포 직후 전원 퇴장했다. 이들은 기권 처리됐다. 결국 재적 인원 27명 가운데 민주노총 근로자위원을 제외한 23명이 투표에 참여한 셈이 됐다. 결과는 찬성 12명, 기권 10명, 반대 1명으로 가결이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고시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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