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순교자의소리, ‘순교자 연대표’에 멍리시·리신헝 명판 추가

파키스탄서 학생들 가르치다 IS에 납치 돼 참수당한 中청년들
“그리스도의 신실한 증인으로서 기꺼이 생명을 내놓기로 선택”
“이해관계 얽힌 국가들은 다양한 이유로 이 사건을 왜곡·은폐”
“두 순교자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애원하거나 비명 지르지 않아”

1921년부터 ‘공산주의 무명 순교자들’, 2500만~3000만명 추청

지난 2017년 파키스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IS에 납치 돼 참수당한 중국 20대 청년들을 추모하는 예배가 미국에서 열렸다. /VOMK
지난 2017년 파키스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IS에 납치 돼 참수당한 중국 20대 청년들을 추모하는 예배가 미국에서 열렸다. /VOMK

“사건을 조사한 우리는 두 사람이 세뇌당하거나 속거나 유인당해 아무것도 모르고 파키스탄에 간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그들은 선교를 떠나기 훨씬 전부터 주님을 알고 사랑하고 섬겼으며, 대부분의 중국 기독교인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중국인 성도가 전하는 복음을 듣고 기독교인이 되었습니다.  멍리시와 리신헝은 한국 선교사들이 아니라 각각 자신들의 집에서 복음을 배웠습니다.” 

“두 사람은 선교 사명을 위해 각각 수년 동안 준비했고, 소명을 감당하기 위해 대학에서 수년 간 공부했습니다. 그들의 부모는 모두 기독교인이었습니다. 멍리시와 리신헝이 받은 비전은 선교단체가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받은 것입니다. 멍리시와 리신헝은 그리스도를 섬기면 위험해진다는 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그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그리스도의 신실한 증인으로서 기꺼이 생명을 내놓기로 선택했습니다.”

전 세계의 핍박받는 기독교인들을 섬기고 있는 비영리단체인 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 VOMK)는 지난 29일 ‘기독교 순교자의 날’을 맞아 VOMK 서울 사무실에 전시된 ‘순교자 연대표’에 중국인 순교자인 멍리시(Meng Lisi) 와 리신헝(Le Xinheng)을 기념하는 명판을 추가하며 이같이 밝혔다. 명판은 이날 VOMK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개됐다.

29일 VOMK 서울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진행중인 현숙 폴리 대표와 에릭 폴리 목사. /VOMK
29일 VOMK 서울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진행중인 현숙 폴리 대표와 에릭 폴리 목사. /VOMK
중국의 순교자 멍리스와 리신헝을 기념하는 새 명판을 순교자의 소리 ‘순교자 연대표’에 부착하고 있는 에릭 폴리 목사와 현숙 폴리 대표. /VOMK
중국의 순교자 멍리스와 리신헝을 기념하는 새 명판을 순교자의 소리 ‘순교자 연대표’에 부착하고 있는 에릭 폴리 목사와 현숙 폴리 대표. /VOMK

VOMK에 따르면 멍리시와 리신헝은 지난 2017년 5월 24일(현지시각) 파키스탄 퀘타시의 한 어학 센터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뒤 거리를 걷던 중 총으로 위협당해 차로 납치됐다.  이후 2주 뒤에 이슬람 테러 집단인 IS는 두 사람이 참수당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VOMK CEO 에릭 폴리 목사는 “멍리시와 리신헝은 외국 땅에서 순교한 첫 중국인으로 알려진 순교자들”이라며 “전 세계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두 순교자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기념하고, 말하고, 다시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에릭 폴리 목사는 “이 사건의 이해관계로 얽힌 국가들은 다양한 이유로 이 사건을 부정하거나 왜곡·은폐하기를 원했다”며 “중국은 자국의 다른 기독교인들이 이 순교자들의 전철을 밟는 것을 원치 않았고, 파키스탄과의 경제적 협력 관계가 손상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또 파키스탄은 자국을 방문한 다른 나라 시민을 테러리스트들이 살해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나라로 보여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했다.

멍리시와 리신헝은 2017년 5월 24일 오후 1시 10분, 파키스탄 퀘타시의 한 어학 센터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뒤에 거리를 걷던 중 총으로 위협당해 차로 납치됐다. /VOMK
멍리시와 리신헝은 2017년 5월 24일 오후 1시 10분, 파키스탄 퀘타시의 한 어학 센터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뒤에 거리를 걷던 중 총으로 위협당해 차로 납치됐다. /VOMK

그는  “한국도 자국의 교회들이 다른 나라 시민을 유인해 법을 어기고 무모한 선교 활동에 참여하게 하는 극단적인 기독교인들이 사는 나라로 보여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며 “중국과 한국의 선교 단체들과 교회들은 침묵하는 것이 정부와의 추가적인 마찰을 피하고 다른 사역자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련 국가들의 정부는 멍리시와 리신헝이 타인에게 기만이나 압박이나 유혹을 당해 선교에 뛰어든 학생이거나, 자신들의 행동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미성숙하고 충동적인 기독교인이거나, 심지어 전혀 선교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순교자의소리에서 조사한 사실은 전혀 달랐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년간 한국 순교자의소리는 이 두명의 중국인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조사하고 기록하고 검증했다”며 “중국과 파키스탄을 방문해 두 사람이 납치된 현장에 직접 가 보고, 목격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서류를 조사하고, 세부사항을 낱낱이 기록했다. 그 결과 이 사건은 국가나 교회나 선교단체와는 전혀 무관하고, 오히려 중국의 기독교인 리신헝과 멍리시의 신실함에 관계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인 순교자 멍리시(왼쪽)와 리신헝. /VOMK
중국인 순교자 멍리시(왼쪽)와 리신헝. /VOMK

VOMK에 따르면 사건 당시 26세였던 멍리시는 중국 후베이성 출신이고, 24세였던 리신헝은 후난성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에서 동료 그리스도인으로 만나기 전까지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멍리시는 당시 약혼한 상태였고 고향으로 돌아가면 결혼할 계획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교회에 다니면서 어린이들을 사랑한 멍리시는 파키스탄 어린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특별한 소명을 갖게 됐다. 그 후 중국 화중사범대학교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유아교육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우한으로 가서 파키스탄 공용어 우르두어를 공부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멍리시의 생전 사진들. /VOMK
멍리시의 생전 사진들. /VOMK

리신헝은 시안 전자과학기술대학교를 졸업했고 재학 중에는 학생회에서 활동했다. 졸업 후에 그는 저성성 선교 신학교에서 공부했고 아랍어와 아람어 및 영어를 배웠다. 그는 우르두어로 복음을 전하는 법도 배운 것으로 전해졌다.

리신헝의 생전 사진들. /VOMK
리신헝의 생전 사진들. /VOMK

에릭 폴리 목사는 “2017년 6월 8일 테러 집단 IS가 공개한 처형 영상에서 그 두 선교사의 기독교적 성숙함을 볼 수 있다”며 “그 영상은 두 순교자의 삶의 마지막 순간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애원하거나 울거나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의 마지막 숨결로, 훈련된 하나님의 종의 위엄과 성숙함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멍리스와 리신헝의 순교 관한 짧은 영상은 온라인(https://vomkorea.com/dotcm)에 게시돼 있다.

VOMK 서울 사무실의 '순교자 연대기'에 현판으로 기록된 두 중국 순교자에 대한 내용. /VOMK 
VOMK 서울 사무실의 '순교자 연대기'에 현판으로 기록된 두 중국 순교자에 대한 내용. /VOMK 

한편 기독교 교회의 전통에 따르면 매년 6월 29일은 사도 바울 순교 기념일로,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그날을 따로 구별해 복음의 증인의 사명을 신실하게 감당하다 순교한 성도들이 남겨준 믿음의 유산을 기억하는 ‘기독교 순교자의 날’로 보내고 있다.

현재까지 ‘기독교 순교자의 날’에 순교자의 소리가 기념했던 순교자들 가운데는 2011년 3월 6일 콜롬비아 무장 혁명군에게 순교한 평신도 로치오 피노, 2005년에서 2010년 사이에 순교한 북한 지하 기독교인 차덕순, 그리고 이른바 ‘공산주의의 무명의 순교자들’이라 불리는 성도들, 즉 1921년부터 현재까지 공산 치하에서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2500만~3000만명의 기독교인들이 포함돼 있다. 

VOMK 서울 사무실의 '순교자 연대기'에 현판들. /VOMK
VOMK 서울 사무실의 '순교자 연대기'에 현판들. /VO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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