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1980년대 한때 ‘거리의 편집자’란 말이 유행했다. 권력이 무서워 기자들이 못했던 일을 신문 가판원이 지면 재편집에 나섰던 용기를 말한다. 그들은 1단짜리로 처리된 기사에 붉은 색칠을 한 뒤 그걸 노출시켜 신나게 팔았다. 84년 11월 그걸 소재로 칼럼을 썼던 사람이 당시 조선일보 기자 김대중이었는데, 그렇게 에둘러서 권력을 때린 것이다. 세월이 흘러 이번엔 그가 우릴 배신했다. 두 달 전 그 신문 지면에서 전직 대통령 사법처리의 악순환을 윤석열 대통령이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게 정치보복이라서 안된다는 황당한 논리였는데, 참 요즘 민심을 외면한 헛소리다. 그걸 새삼 보여준 게 27일자 조선일보-문화일보 5단 통광고다. "국민생명을 적에게 바친 문재인 전 대통령, 단죄해야 합니다. 천인공노할 월북조작 사건!"이란 제목부터 눈을 사로잡았다. 자유민주당 의견광고다. 실은 6월 22일자 조선일보 똑같은 자리엔 더 강력한 의견광고가 실렸던 걸 우린 기억한다. 고대교우트루스포럼 등 무려 1400개 시민단체는 "문재인을 여적죄, 이적죄, 반역죄로 즉각 구속하라"라고 외쳤던 것이다.

여기엔 공무원 월북 조작사건 외에 탈북자 2명 강제 북송 그리고 문재인 출생과 관련한 대국민 사기극 등 무려 24개 죄목을 열거했는데, 하나하나가 폭탄이다. 어쨌거나 80년대처럼 신문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으니까 이런 목소리가 튀어나오는 것이다. 독자들은 자기 돈을 내고 지면을 사서라도 목소리를 지르는 것인데, 답답한 정치권을 압박하는 대한민국의 요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이 광고를 보고 문재인 치하 5년의 스트레스가 조금 풀렸다는 말을 내게 해준 어른이 있을정도다. 그런데 궁금하다.

문재인이 과연 단죄론 민심의 쓰나미를 버텨낼 수 있을까? 양산에서 수염 기르고 막걸리 타령에 SNS 장난질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 텐데. 우린 정말 분노한다. 어떻게 공무수행 중인 대한민국 공무원이 인민군 기관총 세례를 받도록 방치했을까? 탈북자 강제북송도 명백한 간접살인죄에 해당한다. 그리고 배후의 몸통은 세상이 알 듯 문재인이다. 그것 말고도 22개 죄목이 있으니 요즘 말로 정말 빼박이다. 조선일보 김대중의 어깃장과 달리 문재인 운명의 시계는 어김없이 돌아간다. 무엇보다 이런 광고를 등장시킨 주류 신문과 정치권부터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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