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오후 주택건설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주택공급 혁신위원회 제2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오후 주택건설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주택공급 혁신위원회 제2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오는 8월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된 전세 매물의 임대료가 대폭 오르는 ‘전세대란’ 우려에 선을 그었다.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고 있고, 새 정부의 분양 및 임대차 정책이 계속 발표되고 있어 폭발적 대란이 있을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원 장관의 진단처럼 시장에서는 전세 물량이 쌓이고, 전셋값은 하향 조정되는 등 대란 조짐이 빠르게 잦아들고 있다. ‘찻잔 속의 태풍’에 머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3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8370가구로 1년 전의 2만31가구 대비 41.6% 증가했다. 올해 초 3만가구 수준을 유지하던 전세 매물은 지난 4월 이후 2만5000가구 수준까지 줄었지만 최근 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셋값도 하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2% 떨어졌다. 7주 연속 하락세다. 지난 2월 중순부터 주간 기준으로 단 한 번의 상승도 없이 줄곧 하향 내지 보합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KB국민은행의 부동산 플랫폼인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서울의 6월 전세전망지수는 93.4로 기준점(100) 아래로 내려왔다. 전셋값이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더 많다는 것이다. 전세전망지수는 임대차 2법 시행 직후인 2020년 9월 142.6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 100.7을 기록했지만 이달 들어 꺾이기 시작한 것이다.

올들어 지난 1분기만 해도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2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되는 오는 8월 계약갱신청구권이 소진된 전세 물량이 시중에 풀리면서 전셋값이 급등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집주인들이 그동안 올리지 못한 전셋값을 한꺼번에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전세시장에 큰 동요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8월 전세대란은 설(說)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통상 전세 물량은 계약 만료 2~3개월 전에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전세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임대차 시장 안정화를 위해 직전 계약보다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린 집주인에게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적용하고,종전 양도세 비과세 적용 요건인 실거주 2년 조항도 면제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이른바 ‘깡통전세’에 대한 경고음도 나오고 있다. 집값이 조정 국면에 진입하면서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피해 사례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를 끼고 집을 여러 채 사는 이른바 ‘갭투자’의 후폭풍도 우려되고 있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거나 갭투자에 나선 집주인들이 다음 전세 계약자를 구하지 못해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전세의 월세화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는 세입자가 급격히 늘면서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거래 비중이 전세를 추월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의 전월세 거래는 총 40만4036건이었다. 이 가운데 월세가 59.5%인 24만321건을 차지해 전세(40.5%·16만3715건)를 크게 앞섰다.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지난 4월 50.4%를 기록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전세 비중을 넘어섰는데, 불과 한 달 만에 비중이 10%포인트 가깝게 뛴 것이다.

올해 1∼5월 누적 거래 기준으로도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51.9%에 달해 처음으로 전세 비중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1.9%보다 10%포인트, 5년 평균인 41.4%와 비교해서는 10.5%포인트 높은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 전월세 신고제가 본격 시행된 이후 그동안 신고가 잘 이뤄지지 않던 오피스텔과 원룸 등 준주택의 월세 계약 신고가 늘어난 게 월세 비중이 확대된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전세대출 금리가 치솟으면서 전세대출의 이자부담이 월세보다 큰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에 갚아야 하는 전세대출 이자가 집주인에게 내는 월세보다 많아졌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부담으로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의 필요와 맞물려 전세의 월세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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