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업계가 고물가 시대에 맞춰 알뜰 살림족들을 잡기 위한 초저가 자체브랜드(PB)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10여종의 제품이 출시된 편의점 씨유(CU)의 PB ‘득템 시리즈’는 가성비 아이템으로 각광 받으며 전체 매출이 지난해말 대비 40% 이상 올랐다./BGF리테일
인플레이션의 망령이 날뛰면서 유통업계가 큰 위기에 처했다. 치솟는 밥상물가에 식비와 생필품 지출을 틀어쥐는 가정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장보기 자체를 포기한 ‘장포족’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편의점업계는 오히려 미소를 짓고 있다. 이런 세태를 새로운 성장기회로 보고 짠순이·짠돌이들을 사로잡을 초저가 자체브랜드(PB)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30일 세븐일레븐은 고물가 시대에 가계경제에 도움을 줄 초저가 PB ‘굿민(Good People)’을 론칭한다고 밝혔다.

이날 출시된 제품은 계란·삼겹살·두부·콩나물 등 신선식품 5종이다. 양질의 식자재와 생필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브랜드를 지향하는 만큼 삼겹살 500g 9900원, 달걀 10입 3250원 등 대형마트급 가격을 갖췄다. 세븐일레븐은 7월 한달간 카드사와 연계한 반값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한편 생필품을 위주로 굿민 라인업을 지속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번 초저가 PB 론칭은 급격한 물가상승과 이로 인해 늘어난 장포족을 겨냥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년 9개월만의 최대치인 5.4%에 달했다. 또 이달에는 6%대 진입이 예견되면서 얇아진 지갑을 사수하려는 각 가정의 짠내 전쟁이 불붙은 상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나타난 장포족들은 마트가 아닌 편의점으로 향하고 있다. 꼭 필요한 제품만 소량으로 구입하기 위해서다. 장포족이 많은 원룸촌·오피스텔 밀집지역 내 점포의 지난달 과일·채소·냉장육 매출이 전년보다 각각 25.3%, 25.1%, 11.9% 신장됐다는 씨유(CU) 편의점의 최근 발표가 방증이다. 원룸에 거주한다는 직장인 김학래 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 한달에 한번 가던 대형마트 대신 집앞 편의점을 이용하고 있다"며 "웬만한 식자재와 생필품이 구비돼 있고 충동구매도 줄일 수 있어 생활비 절약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사실 초저가 PB의 원조는 CU다. 장포족이라는 단어조차 없던 지난해 3월 1~2인 가구를 위한 업계 첫 초저가 PB인 ‘득템 시리즈’을 선보였다. 지금껏 출시한 제품만 즉석밥·라면·김치·달걀 등 10여종에 이른다. 즉석밥(990원)·봉지라면(380원) 등이 가성비 아이템으로 각광 받으며 득템 시리즈 전체 매출이 지난해말 대비 40% 이상 오르는 등 승승장구 중이다.

현재 CU는 이 같은 초저가 PB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지난 14일 업계 최저가를 표방한 ‘득템티슈’를 내놓는 등 대상제품을 식품에서 비식품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한 지난 13일에는 산지 직거래와 소포장을 통해 가격을 낮춘 채소브랜드 ‘싱싱채소’를 론칭해 득템과의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CU 관계자는 "마늘·고추·대파 등 15종으로 구성된 싱싱채소 시리즈는 1∼2끼 분량으로 소분돼 평균가 대비 30%가량 저렴하다"며 "2주마다 농산물 시세를 판매가에 반영함으로써 가격경쟁력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GS25의 경우 기업협 슈퍼마켓(SSM) 자매사인 GS더프레시와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지난 13일부터 GS더프레시의 PB인 ‘리얼프라이스’의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리얼프라이스는 우수 중소업체 상품을 기존 제품보다 20~30% 저렴하게 판매하는 브랜드로, 전체 300여개 상품 중 키친타월·위생장갑·위생팩 등 공산품 6종이 우선 도입됐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차정현 라이프리빙기획팀 MD는 "관련제품을 지속 늘려나가 물가안정과 중소기업 상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한다"며 "물가안정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도록 유통채널 내·외부와 다양한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편의점업계가 고물가 시대에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유통업계가 직면한 소비위축의 파고를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와 최근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에 따른 편의점 도시락 특수 등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증권가의 올 2분기 실적전망 역시 장밋빛이다. CU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동기보다 26.6% 오른 742억원, GS25도 58.9% 오른 680억원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할수록 근거리 소비 추세도 확산될 것"이라며 "편의점업계의 실적이 지난해 처음으로 대형마트를 앞지른데 이어 올해는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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