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질서 재편인가, 문명사적 전환인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정상회의를 계기로 세계사적 변화의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이하 현지 시간) 마드리드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4년 9개월 만에 한·미·일 3각 정상회담을 가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일 3각협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 태평양 등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의는 지역 및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려는 3국의 의지를 보여준다"며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나토정상회의 목적은 분명하다. 정상회의 공동선언에 중국의 위협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책임이 명기된다. 북핵 폐기도 공동 합의된다. 이번 나토정상회의는 양차 대전 후 미국이 주도하는 세 번째 세계질서 재편이다.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으로 양분된 ‘1948년 체제’, 1990년 공산권 몰락과 미 주도의 일극 체제, 그리고 중국·러시아·북한을 타깃으로 하는 ‘자유 대 독재’ 간의 세 번째 재편이다.

문명사적 전환의 의미도 내재돼 있다.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반미 전선의 전면에 나선 형국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중국의 위협이 훨씬 심각하다. 미·중 갈등은 향후 30년 이상 길게 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언급처럼 "한미일 협력이 세계평화의 중심축"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세계의 문명이 팍스 로마나에서 팍스 브리태니카로, 팍스 아메리카나로, 그리고 이를 이어 아시아·태평양 주도의 새로운 융합 문명이 개화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나토정상회의는 대한민국이 세계 중심국가로 진입하는 전초전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예상대로 중국의 반발은 격렬하다. 우리를 겨냥하여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윤석열 정부는 중국의 비난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 무시하는 게 유리하다. 중국 외교는 오랫동안 현실주의 노선을 견지해왔다. 따라서 우리가 한중 관계를 새로 형성하고 현실에서 지속 추구하다보면 그것이 새 길이 된다. 중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