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카레’를 특정 식물의 열매나 구근 요리로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인도에 관한 편견과 오해를 일깨운 책 제목이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였을 것이다. 7년간 인도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이옥순 박사가 1997년 펴낸 책이다(2007 개정증보판). ‘카레’란 남인도 말로 ‘양념’이다. 인도의 복합 향신료가 영국을 거쳐 19세기 후반 일본에 전해졌다.

달달하고 부드러운 ‘카레’, 밥과 어우러진 ‘카레라이스’는 일본 음식이다. 그 역사성·위상이 우리나라 짜장면과 유사하다. 인도에선 강황·큐민·코리안더·정향·계피·카르다몸·후추 등을 그때그때 적절하게 섞어 만든 국물요리를 먹을 뿐이다. 변주가 무궁무진하다. 집집마다 개인마다 저마다의 레시피를 가질 수 있다. 찰기 없는 쌀을 곁들이기도 하지만, 보통 납작한 밀가루 떡 ‘난’과 먹는다.

감자·양파·당근 등 야채 건더기, 녹말을 넣어 걸죽한 식감 역시 일본에서 거듭난 ‘카레’음식의 특징이다. 영국음식이 다 된 ‘티카 마살라’도 요거트가 들어가 걸죽하긴 하지만, 닭고기 외엔 형체를 알아 볼 만한 다른 재료는 안 들어간다. 동남아 명물, 코코넛 향이 강한 ‘타이 카레’ 역시 국물요리에 가깝다.

일본인들은 1871년 미국행 선박에서 처음 카레를 접했고, 영국으로부터 복합 향신료 가루 ‘Curry’가 수입되면서 보급된다. 때는 ‘문명개화’의 시대, 양식(洋食)을 즐기는 게 고급스런 유행의 하나였다. 1905년 야마토야(大和屋)가 벌꿀로 단맛을 낸 ‘하치(蜂)카레’를 내놓으면서 대중음식이 되기 시작한다. 히트 상품명으로 아예 회사이름까지 바꾼다(현 ‘하치食品’). 간편한 인스탄트 카레는 훗날 고도성장기의 국민음식으로 각광받았고, 1968년 이래 중탕하거나 전자렌지로 덥혀 먹는 레토르트 음식의 대명사가가 됐다.

‘카레’(지역에 따라 ‘코리’ 또는 ‘카리’)를 북인도에선 ‘마살라’라 부른다. 본고장에선 다양한 ‘카레’ 즉 ‘마살라’가 들어간 음식이 여러 이름을 달고 메뉴판에 오른다. 요거트로 숙성시킨 고기를 푹 끓인 요리(코르마), 저민 고기로 된 요리(키마), 재료를 경단처럼 만들어 끓여낸 요리(코프타), 인도식 치즈를 넣어 조리한 요리(파니르) 등등. ‘달’은 삶은 콩에 갖은 카레(마살라)가 들어간 수프로, 콩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색깔과 맛이 난다. 우리의 된장국 만큼이나 인도 식단의 기본 메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