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를 계기로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가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수수료를 대폭 인하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주요 미디어·콘텐츠 업체들의 패싱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수수료 인상과 인앱결제(내부 결제시스템을 통한 유료 앱·콘텐츠 결제) 강제로 큰 반사이익이 기대됐던 토종 앱마켓이 예상과 달리 대항마로써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내놓은 파격적 수수료 인하에도 주요 미디어·콘텐츠 업체들의 패싱이 여전한 것이다. 이에 따라 플레이스토어에 대한 종속관계가 심화돼 갑질 피해가 더 빈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토종 앱마켓인 원스토어의 수수료 인하 정책이 핵심 고객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게임·음원·웹툰·웹소설 플랫폼 업계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스토어는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에 맞춰 지난달 1일부터 미디어·콘텐츠 앱의 기본 수수료를 기존의 절반인 10%로 낮췄다. 최고 30%에 달하는 플레이스토어의 인앱결제 수수료와 비교해 3분의 1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콘텐츠 사업자들과 ‘국내 앱마켓 활성화를 위한 상생 협약’을 체결하고 함께 고민한 결과물이다. 시행 당시만 해도 미디어·콘텐츠 플랫폼 업체들의 입점이 이어져 구글의 갑질로부터 국내 앱사업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콘텐츠 가격 인상을 억제해 소비자 권익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한달여가 지난 지금까지 원스토어에 실제 입점한 주요 미디어·콘텐츠 앱은 블루 아카이브(게임), 멜론(음원), 미스터블루(웹툰·웹소설) 등 한손에 꼽는다. 아직도 티빙·시즌·카카오웹툰·지니뮤직 등 인기 앱들은 원스토어에서 찾아볼 수 없다. 앱 삭제도 불사하겠다는 구글에 엄포에 순응해 콘텐츠 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높아진 수수료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토종 앱마켓이 구글플레이를 견제할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을 갖추려면 앱마켓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게임업계의 도움이 필수적인데 지난해 10월 이후 원스토어에 신작 게임을 론칭한 국내 게임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상생 협약이 빈껍데기 립서비스로 전락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토종 앱마켓 패싱에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가장 큰 것은 ‘구글 눈치보기’다. 실제 구글은 국내 앱마켓 시장점유율 73.8%의 슈퍼갑이다. 안드로이드 앱에 국한하면 점유율은 84%에 이른다. OTT 업계 관계자는 "원스토어는 시장점유율이 낮고 이용자도 한국인 위주라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구글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수수료를 조금 아끼려다 목숨줄을 쥔 구글에 밉보이는 상황을 피하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원스토어 입점을 위해 별도의 시스템을 개발·관리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원스토어가 지난 5월 기관 수요예측의 흥행 실패로 상장계획을 철회하면서 성장성에 의문부호가 붙었다"며 "업체들은 성과를 장담키 어려운 곳에 굳이 비용을 쓰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원스토어에 추가 입점해 플레이스토어와 함께 이용자가 두 갈래로 분산되면 ‘구글 다운로드 톱10’ 같은 글로벌 마케팅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걱정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이런 미디어·콘텐츠 앱들의 행보가 구글의 갑질에 대항할 능력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IT업계 안팎에서 구글의 막강한 영향력이 완전히 굳어져 앞으로도 갑질에 무방비로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구글의 갑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궁극적 방안은 과도한 독점구도를 깨는 앱마켓 경쟁 활성화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판단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꼼수로 우회한 구글에 실효적 규제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국내 앱마켓을 활성화해 경쟁이 작동하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원스토어를 위시한 대안 앱마켓 사업자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역량 확대에 적극 나서는 등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만 의존할 경우 불공정 밀어주기라는 역공에 노출될 수 있는 탓이다.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를 계기로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가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수수료를 대폭 인하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주요 미디어·콘텐츠 업체들의 패싱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 /원스토어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를 계기로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가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수수료를 대폭 인하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주요 미디어·콘텐츠 업체들의 패싱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 /원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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