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 시위자가 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의 ‘로 對 웨이드’ 폐기 판결에 따른 시위에서 코트걸이·총기·화석연료 등을 금지하는 픽토그램이 그려진 팻말을 들고 있다. /EPA=연합
한 여성 시위자가 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의 ‘로 對 웨이드’ 폐기 판결에 따른 시위에서 코트걸이·총기·화석연료 등을 금지하는 픽토그램이 그려진 팻말을 들고 있다. /EPA=연합

"좌파는 ‘독립 기념’을 포기했다." 미국 최대 경축일로 꼽히는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을 앞두고 미국에 대한 혐오감을 표명한 미국인들이 있다. 이들은 독립을 축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폭스 뉴스가 2일(현지시간) 전했다. 심지어 "신이여, 이 나라를 불태우소서" 문구의 트윗을 소개하기도 했다.

"올해 7월 4일은 아무 의미 없다", "이 나라 여성들은 더 이상 자유롭지 않다"는 주장이 일부 주요 매체와 좌파 시민들로부터 쏟아졌다. 정치평론가 겸 코미디언 딘 오베이달라는 트위터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 최고 ‘법원’이 여성의 자유를 박탈했는데 어떻게 독립기념일을 축하할 수 있겠나." 이른바 자유주의 작가 돈 윈슬로는 트윗으로 "2022년 여기, 기본적인 시민권·인권·독립·여성의 기본적 자유가 없다" 단언했으며, 방송인 브랜디 글랜빌은 "더 이상 이런 자유국가에 사는 게 싫어서 독립기념일을 축하하지 않겠다"고 했다.

분열·대립·갈등 속 ‘두 개의 미국’, ‘내전 중’이란 표현을 써도 좋을 수준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연방대법원의 결정들에 현재 미국은 두 개의 나라로 갈라져 있는 듯 하며, ‘미 합중국’(the United States)이 아닌 ‘미 분열국’(the Disunited States) 상태다.

대법원의 결정 직후 미국의 절반은 곧바로 낙태 금지 내지 제한 조치에 착수한 반면, 나머지 절반은 오히려 낙태 권리를 강화했다. 지금의 양극화가 이념적 배경을 가진 정치운동과 무관치 않으며, 남북전쟁 이후 최악의 갈등상태란 평가도 나온다. 북동부·서부 해안은 진보, 중부·남동부를 중심으로 보수 진영이 자리한 형국이다. 보수 지역에 둘러싸인 반대 성향의 일리노이·콜로라도 州, 북동부에서 드물게 보수 성향을 유지하는 뉴햄프셔주 등은 예외다. 같은 州 내에서도 도시나 카운티마다 갈리는 현상이 흔하며,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고민해야 할 경우마저 속출한다.

낙태에 관한 헌법적 기본권 부정, 총기규제 관련 등 미 연방대법원의 잇따른 ‘우클릭’ 판결에 대한 저항이 격렬하다. 멀게는 1970년대부터 뿌리내린 풀뿌리 좌파, 가깝게는 냉전 종식 이래의 변화로 분석된다. 현실 사회주의가 몰락하자, 문화운동과 일상에서 이념적 돌파구를 찾아 온 것이다. 민주당이 우세한 뉴욕주 상원은 1일 낙태권과 피임권을 州 헌법에 명문화, 공공장소 총기 소지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낙태권 이슈를 상징하는 ‘로 대(對) 웨이드’ 판결 폐기 전날까지 일주일간 8000만달러(1038억원)가 모금됐다. 보수 성향 대법관 클래런스 토머스(73)에 대한 탄핵 청원의 서명자는 80만 명을 넘어섰다.

한편, 연방대법원은 바이든 정부의 온실가스 규제 권한에도 제동을 걸었다. 지난달 30일 6 對 3으로, 미국 환경청이 대기오염방지법을 토대로 석탄 화력발전소의 온실가스 방출을 광범위하게 규제할 권한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판결한 것이다. ‘정부기관의 과잉 행정이 문제’란 입장으로, 탄소배출량 규제 자체에 대한 반대는 아니다.

물론 민주당 정권 하 환경청이 ‘기후 종말론’ 신념을 철회하긴 어려우나 영향이 없을 수 없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의 반감(半減)을 내세워 온 조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 또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의 ‘로 대(對) 웨이드’ 폐기 판결에 미국 각국에서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EPA=연합
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의 ‘로 대(對) 웨이드’ 폐기 판결에 미국 각국에서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EPA=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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