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유족과 연평도 근해 현장 조사 후 기자회견
하태경 "생존 당시 대응했다면, 불상사 없었을 것"
유족 변호사 "靑 직무유기 가능성"…감사청구 예고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크포스(TF)’ 단장인 하태경 의원이 3일 현장 조사를 마치고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크포스(TF)’ 단장인 하태경 의원이 3일 현장 조사를 마치고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사건과 관련, "당시 청와대와 국방부가 사고 발생 지점을 알면서도 해군과 해경에 엉뚱한 곳을 수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단장인 하태경 의원은 유족과 함께 지난 2일부터 1박2일간 사고 해역(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을 둘러본 뒤 돌아와 이같이 말했다.

하 의원은 3일 사고 해역을 현장 조사한 뒤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 도착해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 총격에 피살된 고 이대준(사망 당시 47세) 씨가 숨지기 전까지 6시간 동안 북한군에 끌려다니던 사실을 당일 청와대와 국방부가 알고 있으면서도 해군과 해경에 엉뚱한 해역을 수색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사고 해역 주변을 둘러본 결과 이씨가 북한군에 잡혀 있던 바다는 우리 영해에서 육안으로도 보이는 지역이었다"며 "이씨가 살아 있을 때 우리 해군과 해경 함정이 북한과 가장 가까운 바다에서 북측을 감시하며 대응했다면 북한이 우리 국민의 생명을 함부로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장 조사에 동행한 김기윤 변호사는 "피격 당일 오후에 우리 정부가 이씨가 북측 해역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군과 해경에 연평도 근해를 수색하라고 지시했다면 명백한 직무유기에 해당할 것"이라며 "당일 해군과 해경의 수색 작전과 관련해 내일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현장 점검에는 숨진 이씨의 형 이래진(57) 씨 등 유가족과 TF 민간조사위원인 김진형 전 해군 군수사령관도 동행했다. 이들은 전날 여객선과 보트로 연평도 인근 해상까지 이동한 뒤 해수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선인 무궁화 35호로 옮겨타 조사 활동을 했다.

앞서 해경은 2020년 9월 서해에서 이씨가 북한군 총격에 피살된 지 1주일 만에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경은 1년 9개월 만인 지난달 언론 브리핑을 열고 이씨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며 수사 결과를 뒤집었다.

한편, 검찰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해당 사건의 진위를 확인하는 수사도 본격화될 조짐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현재 유족 고발인 조사를 마치고 해양경찰청 초동 수사 자료 등을 분석 중이다.

수사로 밝힐 의혹의 핵심은 2020년 9월 사건 당시 해경과 국방부가 ‘자진 월북’이라고 판단한 근거와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어떤 지침을 하달했는지 등이다. 오는 4일 이희동 부장검사가 부임해 팀 재정비를 마치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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