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美 독립기념일...‘용산을 다시 보자’

청와대는 몰락한 조선왕조 후원...조선총독부 관사 개조
尹정부, 70여년만에 조선왕조와 완전 단절한 셈
메모리얼 파크처럼 건국정신 담은 보훈의 공간돼야

대통령 집무실 인근의 용산공원 부지가 지난달 10∼19일 열흘간 일반 국민에게 시범 개방되어 관람객들이 공원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
대통령 집무실 인근의 용산공원 부지가 지난달 10∼19일 열흘간 일반 국민에게 시범 개방되어 관람객들이 공원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

7월 4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자 건국기념일이다. 이 날을 앞두고 대통령실이 자리잡은 용산공원을 워싱턴DC의 그것처럼 ‘대한민국 메모리얼 파크’로 조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의미를 더한다. 우리의 건국정신(국가정체성)과, 이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기리는 보훈의 공간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미국에서 독립기념일은 메모리얼 데이(현충일)와 함께 가장 중요한 공휴일이다. 세계 최초 자유민주공화국의 출범이라는 점에서 인류 전체에게도 뜻깊다. 1776년 7월 4일 채택된 미국의 독립선언서는 2차 대전 이후 지구촌 대부분 국가들의 기본틀이 됐다. 미국은 불완전하나마, 20세기 중반 인류가 수천년 우여곡절 끝에 도달한 최고의 정치체제를 구현한 나라였다. 대한민국은 그런 미국의 재현으로 출발, 70 여 년 명암이 교차하는 가운데 개발도상국들의 희망이자 모델, 선진국들마저 참조할 게 생긴 나라로 발돋움했다.

이 놀라운 역사보다 더 신기한 게 있다. 세계사적 성취가 인정된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신 가치를 담은 기념물이 수도 서울 한복판에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광화문 부근만 보면 마치 이 나라가 조선왕조의 후신 같다. 역대 대통령들은 경복궁 뒤편, 조선총독부 관사였던 곳을 개조한 청와대에 살며 국정을 살폈다. 청와대는 물리적 환경 자체가 국민과 격리된 구중궁궐에 가까웠다. 따라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은 획기적이며 절실한 결정이었다. ‘조선왕조와의 완전한 단절’ 의지로도 해석된다.

중세국가 조선은 몇몇 주목할 측면이 있긴 하지만, 근대국가 전환에 실패해 몰락했다. 개국 초 불교국가의 폐해를 극복하고 이성적 통치철학(주자학)을 국정이념으로 삼아 비약적 변신을 이뤘으나, 19세기 말 외세의 개입 전 이미 스스로 망한 상태였다. 조선왕조 수백년을 지탱하던 것들 중 일부 학술적 재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21세기 우리 삶에 되살릴 만한 것은 드물다. 북녘의 ‘김씨 조선’이야말로 ‘이씨 조선’의 후예다.

대한민국은 조선왕조와의 단절 위에 출발한 자유민주공화국이다. 이 점이 되새겨지고 후세에 전해져야 한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이곳에 위치한 백악관·연방의사당·연방대법원 외 주요 관공서 등보다 중요한 게 ‘메모리얼 파크’다. 미 건국의 아버지들과 주요 대통령들의 조각상, 기념탑 등은 규모도 장엄하다. 하지만 여기서 얻는 국가정체성과 신념의 각인이 더 귀중하다. 천부인권과 자유에 기초한 건국정신, 미국이 추구해 온 가치가 수도 중심부에 총체적으로 녹아 있다. 이곳에서 건국정신과 노예해방을 상징하는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공산체제와 싸운 한국전쟁·베트남전쟁 기념공원이 있다. 좀 떨어진 곳에 홀로코스트 기념관도 있다. 미국의 참전이 2차 대전의 향방을 좌우했음을 일깨운다.

건국 74년 대한민국에 건국정신,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치룬 ‘희생을 기억하는 공간과 상징물’들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에 관한 인식이 없거나 퇴색되는 순간 국가는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8월 15일을 광복절로만 기념해 온 문제점 또한 지나칠 수 없다. 1945년 8월 15일은 일제가 패망한 날일 뿐이다. 우리가 숙연하게 경축해야 할 날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일(건국기념일)이다. 용산공원이 ‘대한민국 메모리얼 파크’가 되는 그 날, 윤석열 대통령이 꿈꾸는 진짜 대한민국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워싱턴DC의 '메모리얼 파크'.
미국 워싱턴DC의 '메모리얼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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