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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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사상가 수준인 소설가 이병주의 역사관은 "역사는 휘어져서 간다"고 주장했던 칸트 (I. Kant)와 헤겔 (G. Hegel)의 관념철학을 관통한다. 그의 대표소설 <산하>의 서문은 한 문장으로 이뤄져 있다.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그런데 일상에서 소설가 이병주는 "별빛에 비추면 소설이 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인간의 역사인식 속에 햇빛·달빛·별빛 3가지 형태가 함께 작동한다는 것이 그의 역사관이다. 환한 낯에 이루어진 정사(正史)도 햇빛에 조금씩 바래가는데, 하물며 달빛 아래 도깨비와 귀신들이 오락가락하는 어둠속에서야 어떻게 현장·사건·인물이 온전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얼치기이념가들은 엉터리 이야기들을 마음대로 지어내고, 그럴싸하게 사기쳐서 가면 속 신화를 잘도 만들어 낸다.

현실의 부조리를 지독하게 끌어안고 이를 결국 긍정과 사랑으로 승화시킨 자유주의자 카뮈 (Albert Camus)의 소설에 다다르면, 밤하늘의 별빛은 현실이 아닌 소설이 된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 (Meursault)가 사형집행 전 감옥 창틀 넘어 보았던 별빛은, 삶에 대한 부정과 긍정이 인간애의 눈물로 승화되는 한 편의 소설이었다. 이병주와 카뮈의 역사관은 인간의 역사에서 절대적인 사실 (Fact)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이들은 역사를 대하는 모든 지식인들에게 심호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공산주의 창시자 마르크스는, 이성에 기반을 둔 영국과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자들이 강조했던 "역사는 직선상에서 반듯하게 진보한다"는 주장을 활용해 독창적인 역사관을 만들었다. 역사의 불확실성을 부인하고 역사를 움직일 수 없는 발전과정으로 만들어, 공산주의 역사결정론을 급기야 종교로까지 승화시켰다. 이병주나 카뮈의 지론에 따르면, 마르크스의 판타지소설이 사이비종교가 된 셈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아직도 공산주의 이념이란 아편에 취한 맹종주의자들이 얼치기 혁명을 부르짖고 있다. 별명이 ‘달빛’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양산에 앉아서 많이 모자라 보이는 주사파 추종자들과 함께, 여전히 대한민국 소멸을 위한 판타지소설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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