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탄소중립 시대에 발맞춰 굴뚝기업의 오명을 벗어던질 ‘그린철강’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지난 4월 2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방문해 쇳물 생산 과정에 대한 설명 듣고 있는 모습./연합

철강업계가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는 굴뚝기업의 옷을 벗고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하는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원료와 생산공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원을 제거해 탄소 순배출량 제로의 ‘그린철강’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4일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산화탄소 환산량 기준 6억7960만톤에 달한다. 이는 전년보다 2300만톤 증가한 수치로 철강분야에서만 순증분의 19%인 440만톤이 더 배출됐다. 최다 이산화탄소 배출기업 톱2도 철강업체다. 포스코가 7850만톤으로 압도적 1위를 점했고 현대제철이 2907만톤으로 뒤를 이었다. 세계 4대 철강 수출국이라는 영예에 가려진 어두운 이면이라 할 수 있다.

이랬던 철강업계가 최근 탈탄소를 통한 오명 떨치기에 나섰다. 세계 각국의 탄소 무역장벽 강화와 핵심 고객사인 조선·자동차업계의 잇단 ‘2050 탄소중립’ 선언으로 그린철강에 대한 요구가 날로 커지고 있는데 따른 대응이다.

실제 지난 5월 유럽연합(EU) 이사회에서는 2025년 전면 도입을 목표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입법안이 통과됐다. CBAM은 수입 제품의 탄소 함유량에 따라 탄소 가격을 징수하는 제도다. 생산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한 제품에 일종의 추가관세가 붙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철강업계의 저탄소·무탄소화가 시급하다. 미국도 저탄소 기조에 반하는 국가의 철강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글로벌 지속가능 철강협정(GSSA)’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철강업계에게 그린철강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며 "이 같은 시대와 고객의 요구에 발빠르게 부응하지 못하면 주도권을 잃고 도태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사보다 한발 빨리 그린철강을 상용화해 미래시장의 패권을 거머쥐기 위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달 24일에도 세계 4위 철강사인 일본제철이 2024년까지 연 70만톤의 그린철강 생산을 골자로 한 친환경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또 세계 2위 철강사 아르셀로미탈은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등을 적용해 지난해에만 12만톤의 저탄소 제품을 출하했고 올해는 출하량을 60만톤으로 늘릴 방침이다. 아울러 독일 티센크루프, 스웨덴 SSAB가 각각 2025년, 2026년까지 그린철강 상용화를 천명한 상태다.

이에 질세라 국내 철강사들 역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업체들의 그린철강 전략은 크게 2단계로 구분된다. 전기로를 활용한 저탄소화를 거쳐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접목한 무탄소 시대로의 진입이 그것이다. 전기로는 화석연료를 쓰지 않아 용광로(고로) 대비 75%의 탄소배출 저감이 가능하며 수소환원제철은 석탄(일산화탄소) 대신 신재생에너지인 수소를 제철용 환원재로 사용해 탄소배출의 원흉인 용광로 자체를 퇴출시킬 수 있다.

먼저 포스코는 2026년까지 철강제품의 친환경성 제고에 20조원을 베팅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2025년과 2027년까지 광양·포항제철소에 전기로 각 1기가 들어선다. 포스코의 전기로 사업 진출은 2015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마지막 전기로를 매각한지 10년만이다. 또한 2028년까지 포항제철소에 연산 100만톤급 수소환원제철 시험설비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은 지난 4월 "저탄소 공정 전환과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개발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전기로에 강점을 가진 현대제철도 전기로 기반 저탄소 생산체제 ‘하이큐브’를 구축하고 철강업계의 탄소중립을 주도하고 있다. 고로와 달리 전기로는 고품질 철강재 생산이 어렵지만 하이큐브는 조선용 후판, 차량용 강판 등 고급 판재류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최종 지향점은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로의 생산체제 전환이다. 이외에 ‘스틸포그린(Steel for Green)’을 내세운 동국제강도 전기로 기술 고도화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궁극의 그린철강 기술인 수소환원제철은 세계적으로도 기술개발 초기 단계라 기술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며 "윤석열 정부가 수소환원제철 실증로 구축을 국정과제 삼은 만큼 기술 개발이 한층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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