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4일 제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여야 합의 선출이다. 근 2년 만의 여야 합의가 아닌가 싶다. 원 구성 협상 난항으로 국회 공백 기간이 35일이었다. 2년이 넘은 코로나 팬데믹,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심각한 경제불안으로 여야가 더 이상 민생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국민의 비판에 ‘뒷통수’가 엄청 당겼을 것이다.

김진표 신임 국회의장은 민주당의 NL계 86그룹, 한총련 출신 ‘양아치 그룹’과는 성분이 다르다. 그는 ‘엘리트 범생이’ 출신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74년 행시 13회에 수석 합격했다. 이후 재무부 세제총괄심의관-재경부 세제실장-재경부 차관-청와대 정책기획수석-총리실 국무조정실장-경제부총리-교육부총리를 지냈다. 2004년 17대 국회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수원 영통구에서 당선, 이후 수원에서 내리 5선에 성공했다. 주요 당직은 민주당 최고위원, 원내대표를 지냈다.

김 의장은 현재 국회의원 중 최고령(75세)이다. 성향도 중도 합리적이다. 이날 국회의장 선거 결과도 총 투표수 275표 중 255표를 얻었다. 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 의원들이 모두 참여했다. 김 신임 의장은 경력과 성품, 투표결과로 볼 때 국회의장으로서 적격인 인물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김 의장의 임기는 2024년 5월까지다.

국회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소속 당을 떠나야 한다. ‘무소속’ 국회의원 신분이 된다. 중요한 건 정치 성향이다. 형식적으로만 ‘무소속’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완전히 중립적이어야 한다. 여야 당파를 떠나 오직 대한민국 헌법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21대 국회 전반기 의장을 맡았던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형식은 무소속, 내용은 민주당 의원이나 마찬가지였다. ‘검수완박’ 등 위헌 법률들을 통과시켰다. 국회의장 신분으로 국회의 격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지금 우리사회는 3대 위기에 처해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위기, 경제 위기, 안보 위기다. 우리의 정치제도는 대의(代議)민주주의다. 위기 극복의 책임도 국민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들에게 1차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김진표 신임 의장의 책임이 정말 무겁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