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정의 길 따라...] 여름휴가 종합선물세트-강원 동해시

거대한 암벽 사이 쏟아지는 흰 물줄기...학소대·쌍폭·3단 용추폭포에 탄성
애국가 일출장면 찍은 추암해수욕장...기암괴석위 불쑥 솟은 촛대바위 손짓

동해 추암해변.
동해 추암해변.

바다로 갈까, 계곡으로 갈까, 고민 중인 분들께 동해를 추천한다. 한국의 장자제로 불리는 베틀바위, 선경의 풍경을 간직한 무릉계곡, 드넓은 해변을 가진 망상해수욕장과 추암해수욕장이 기다리고 있다.

두타산의 비경, 동해 베틀바위 산성길

2020년 8월 1일 동해시 무릉계곡 일대 ‘베틀바위 산성길’이 부분 개방했다. 동해 무릉계곡은 두타산과 청옥산을 배경으로 호암소부터 용추폭포까지 4km에 이른다. 고려 시대에 동안거사 이승휴가 《제왕운기》를 저술한 곳으로, 조선 선조 때 삼척부사 김효원이 경치에 반해 무릉계곡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베틀바위로 가는 길은 무릉계곡관리사무소를 지나면 바로 보인다. 무릉반석 가는 길에서 왼쪽 돌계단을 따라가면 된다. 초보자에게는 만만치 않은 길이다. 5분쯤 올라가면 바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베틀바위전망대까지 오르막길이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더운 날은 물을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금강송 군락지인 휴휴명상쉼터. 쭉쭉 뻗은 금강송의 자태가 기품 있다. 이곳을 지나면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바닥에 잘 다듬어진 돌이 깔려 걷는 데 어려움이 없다. 장작더미가 있는 곳은 숯가마 터다. ‘이곳에 자생하는 울창한 참나무를 잘라 모아 숯가마에 쌓고 숯을 구워 내다 팔았다’는 설명이 보인다. 숯가마 터를 지나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만만치 않은 오르막길에 옆은 산비탈이다. 베틀바위 산성길은 산등성이를 따라 나 있다.

울창한 숲 사이로 난 오르막길을 계속 오른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그래도 곳곳에 훤칠한 소나무와 숲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두타산의 비경이 수고를 덜어준다. 한 시간쯤 땀을 쏟고 나면 회양목 군락지가 보인다. 회양목 군락지를 지나면 마지막 오르막길. 까마득한 나무 계단이 보인다. 다리에 힘주고 심호흡 한 번 하고 계단을 오른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베틀바위전망대에 도착하는 순간, 이 수고에 대한 보상은 지금까지 흘린 땀과 고생을 뛰어넘으리라 기대하고 한 발 한 발 디딘다.

무릉계곡 쌍폭

드디어 숨을 헉헉거리며 도착한 베틀바위전망대. 눈앞에 삐죽삐죽 솟은 기암절벽이 펼쳐진다. 과연 두타산의 명성에 걸맞다. 이 풍경은 ‘한국의 장자제’로 불리기도 한다. 베틀바위 모습은 이름 그대로 베틀 같다. 전설에 따르면 하늘나라 질서를 위반한 선녀가 벌을 받고 내려와 이곳 무릉계곡에서 삼베 세 필을 짜고 잘못을 뉘우친 뒤 승천했다고 한다.

베틀바위 건너편 풍경도 장관이다. ‘천하 제일경’이라는 두타산의 명성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등산 초보자라면 여기까지 오르는 데 1시간 30분~2시간 걸린다. 내려갈 때는 지나온 길을 되짚어가면 된다.

선경을 품은 계곡

베틀바위 산성길 반대편으로 가면 무릉계곡이다. 청옥산과 두타산 사이에 자리한 무릉계곡은 기묘한 바위들과 크고 작은 소들이 수없이 놓인 바위 골짜기다. 그 모습이 오죽 아름다웠으면 ‘무릉’이라고 이름 붙였을까.

계곡으로 드는 본격적인 출발점은 관리사무소를 지나 만나는 무릉반석이다. 계곡의 초입인 호암소부터는 4km 정도의 거리다. 무릉반석은 300~400명은 넉넉히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넓다. 그 넓이가 1,500여 평에 달한다. 옛 시인묵객들이 이 바위에서 술을 마시고 시를 읊었다. 흥에 겨워 이름을 써놓은 이들도 있었다. 바위에는 옛 풍류객들의 이름과 시가 새겨져 있다.

바위를 지나면 삼화사다. 신라 때 창건한 절이다. 본디 매표소 부근에 있었는데, 1977년 쌍용양회 공장이 들어서면서 지금의 위치로 옮겼다. 신라 선덕여왕 때인 640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하는데 일설에는 신라 경문왕 때인 864년에 범일국사가 창건했다고도 전한다. 삼화사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숲길이 시작된다. 평탄한 길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하지 않아 그다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관리사무소에서부터 끝 지점인 용추폭포까지는 2.5km 남짓한 거리여서 남녀노소 누구나 어렵지 않게 계곡을 즐길 수 있다.

무릉반석에 새긴 옛 선비들의 글씨

약 20분을 더 오르면 학소대와 만난다. 거대한 암반이 벼루를 세워놓은 듯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이 암반 틈으로 흰 물줄기가 지그재그로 내려온다. 학소대란 물줄기가 내려오는 모습이 마치 학의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학소대에서 잠시 멈췄던 걸음은 계속 숲길을 따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렁찬 물소리가 들린다. 철제 계단에 올라서면 만나는 절경. 무릉계곡의 자랑인 쌍폭이다. 두개의 폭포가 한 소에서 만난다. 쌍폭 위쪽에 위치한 용추폭포에서 떨어진 물과 두타산 박달골에서 내려오는 물이 합쳐지는 곳이다.

쌍폭은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올 정도로 아름답다. 소 주위에는 뽀얀 물보라가 안개처럼 일어난다. 왼쪽 폭포는 계단처럼 층층진 바위를 타고 물이 흘러내리고 오른쪽 폭포는 한 번에 급전직하. 쌍폭 앞에 서면 이 계곡의 이름이 왜 무릉계곡인지 이해가 된다. 좌우에서 20여 미터 높이의 벼랑을 타고 쏟아지는 쌍폭의 두 물줄기는 신비스럽고 오묘하기만 하다.

용추폭포는 3단 폭포다. 항아리 모양의 상담과 중담을 거친 물이 하담으로 내리꽂힌다. 국내의 수많은 용추폭포 가운데서도 첫손 꼽히는 절경을 자랑한다. 밑에서는 맨 아래쪽 폭포밖에 보이지 않지만 철제 계단을 따라 위쪽으로 올라가면 3단 폭포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더위를 씻어주는 파도 소리

동해시엔 망상·추암·어달·해변·대진·하평·한섬·고불개·노봉 등 이름난 해변이 많다. 이중 가장 손꼽히는 곳은 단연 망상해수욕장이다. 활시위처럼 휘어진 해수욕장은 2km에 이르고, 북쪽에 자리한 용바위에서 남쪽 대진까지 이어지는 해변은 무려 5km에 달한다. 뒤편으로는 알맞게 자란 송림이 울창하다. 망상의 옛 이름은 마상평(馬上坪). ‘너른 들판’이란 뜻이다.

등대오름길의 벽화

여름햇살이 눈부시게 녹아내리는 맑은 바다는 온통 쪽빛이다. 여름이면 피서를 떠나온 가족 여행객들로 붐빈다. 바다로 한참을 걸어가도 물이 어른 가슴까지밖에 안 올 정도로 수심이 완만하다. 이영애와 유지태가 주연한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와 은수가 파도소리를 녹음하던 곳이 바로 이곳 망상해수욕장이다.

망상해수욕장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바다를 옆으로 끼고 어달리까지 이어진다. 이중 4km에 이르는 어달리 해안도로는 짧지만 해안 드라이브의 낭만을 맛볼 수 있는 구간. 길은 바다를 따라 이리저리 휘어지고 차창 옆으로는 파도가 밀려온다.

길을 계속 따르다 보면 추암해수욕장에 닿는다. 추암해수욕장은 TV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나오던 일출 장면을 찍은 곳이다. 해마다 1월 1일이 되면 수만 명의 해맞이 관광객이 추암해수욕장을 찾는다. 해변 왼편에는 갖가지 형상의 기암괴석이 늘어서 있는데 그중 절묘하게 생긴 바위 하나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다. 이 바위가 바로 ‘촛대바위’다. 바위틈으로 불쑥 솟아오르는 일출은 가슴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든다. 조선 세조때 한명회가 강원도 제찰사로 있으면서 그 경관에 취한 나머지 미인의 걸음걸이에 비유하여 ‘능파대’라고 부르기도 했던 곳. 바위에 부딪히는 추암의 파도 소리도 아름다워 한국의 100대 명소리로 선정되어 있다.

떠들썩한 포구의 정취

묵호항은 동해에서 항구의 정취를 가장 잘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묵호항 뒤편 산등성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붉고 푸른 지붕을 얹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이 보인다. 묵호항에서 이 마을까지 ‘등대오름길’이라는 예쁜 길이 이어진다. 길 끝에 묵호등대가 서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옛 묵호항의 정취와 마을의 풍경을 추억하는 벽화들을 만날 수 있다. 묵호등대 앞에서 바라보는 밤바다도 아름답다. 저물 무렵이면 수평선에 환하게 어화가 불을 밝힌다. 푸른 바다 위 점점이 더 있는 고기잡이 배의 불빛이 몽환처럼 일렁인다.

[여행정보]

묵호어시장.
묵호어시장.

묵호항 주변에 곰치국을 하는 집이 많다. 20여년 전만 해도 그물에 곰치가 걸리면 그냥 버렸다. 뱀처럼 징그럽게 생겼다는 이유 때문. 이때 물속에 빠지면서 ‘텀벙텀벙’소리를 낸다고 해서 ‘물텀벙’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이제는동해의 별미로 자리 잡았다. 곰치 몇 토막에 묵은 김치 숭숭 썰어 푹 끓여낸 곰치국은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묵호항에 있는 부흥횟집은(033-539-5209)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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