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물가 오름세가 지속 중인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
먹거리 물가 오름세가 지속 중인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한국은행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물가 관리를 제1의 목표로 삼는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의 물가 상승 압력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가 수준도 높지만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물가상승률은 2%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3.2%로 3%대에 진입한 이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들어 지난 3월 4%대에 진입한 물가상승률은 5월 5.4%를 기록했고, 한 달 만에 다시 6%대로 올라섰다.

자가주거비와 공공요금을 감안하면 지난해 말 이미 6%대 중반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공식 물가와 체감 물가가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통계 오류 또는 착시인 셈이다.

한국경제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은 공식 통계인 3.7%보다 2.95%포인트 높은 6.65%로 추정됐다.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지 않는 자가주거비, 전월세 가격, 억제된 공공요금 등을 감안한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에 자가주거비 등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구체적인 추정치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요인을 반영한 추가적 물가 상승폭은 1.25%포인트였다.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해 적자가 나면 세금으로 보전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래 물가의 상승 요인으로 본 것이다.

이처럼 물가 상승 압력이 크고, 기대인플레이션율마저 높아지면서 오는 1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의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의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5월의 3.3%보다 0.6%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2년 4월의 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또한 월간 상승폭 0.6%포인트는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 기록이다. 7%대 소비자물가의 현실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 경제주체들은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높여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으면 임금 인상 압력이 커진다. 임금이 오르면 그 수준에 맞춰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도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렇게 되면 한 단계 높아진 물가가 다시 떨어지지 않고 굳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가장 걱정하는 시나리오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7월과 8월 기준금리 인상폭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두 달 연속 단행할지, 아니면 7월에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밟은 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지 초미의 관심사가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물가 정점 시기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연속 빅스텝에 나서면 경기에 대한 과잉 억제, 즉 오버 킬(Over kill)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자부담 급증으로 인한 소비 위축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년 전보다 8%포인트 증가한 207%에 달한다.

일본의 투자은행 노무라의 경고도 걸리는 대목이다. 노무라는 우리나라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1년 내 경기 후퇴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당장 3분기 경제성장률이 -2.2%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특히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주택시장의 붕괴를 촉발하면서 경기 후퇴를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정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연속 빅스텝을 통해 현재의 기대인플레이션을 꺾지 못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버 킬을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먼저 잡아 더 큰 경기침체로 가지 않게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이 임박한 것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보다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물가 상승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이래저래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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