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과 ‘감사원법’ 해석 차이...감사원·선관위 충돌 불가피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3·9 대선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와 관련,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

감사원이 지난 대선 사전투표 과정에서 코로나 확진자와 격리자의 투표지를 바구니에 담게 한 이른바 ‘소쿠리 투표’ 관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감사에 돌입했다.

감사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회계집행 뿐 아니라 선거관리 사무 전반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강도 높은 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이에 감사원은 선관위의 다수 감사관을 투입해 선거 업무와 회계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지난 달 20일부터 자료수집에 착수해 왔다.

3년마다 하는 정기감사의 일환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감사원이 직접 나서 ‘강도 높은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한 만큼 ‘소쿠리 투표 논란’ 등 지난 대선 선거업무와 관련 직무 감찰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선관위와 감사원은 확진자 사전투표 관리 부실 문제를 두고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감사원은 지난 3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선관위 확진자 사전투표 관리 부실 논란에 대한 직무감찰 계획을 보고했다.

선관위는 지난 4월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질의의 답변을 통해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구로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대통령 소속기관인 감사원이 선관위 직무 감찰을 하는 것은 헌법기관의 직무수행 독립성과 중립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반발한 바 있다.

소쿠리 투표 논란과 관련해서도 선관위는 자체 혁신 태스크포스를 꾸려 ‘뼈를 깎는 개선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지만 감사원 측은 선관위가 자료 협조를 거부할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적절한 협의점을 찾겠다며 직무감찰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이 같은 선관위와 감사원의 충돌 이유는 모호한 법 조항에 있다. 우선 헌법 제97조는 감사원의 감사 범위를 ‘행정기관 및 그 공무원의 직무’로 한정해 헌법기관은 예외로 두고 있다. 헌법기관인 선관위가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그런데 감사원법 제24조에는 직무 감찰의 범위로 ‘행정기관의 사무와 그에 소속된 공무원의 직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 3항에는 직무감찰 제외 대상으로 ‘국회와 법원, 헌재 소속 공무원’을 명시해 놨다. 직무감찰 제외대상에 선관위가 빠져있는 것. 선관위라는 공통 주체에 법 해석이 갈리는 만큼 감사원과 선관위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정식 감사 착수 시기가 국회 국정감사 이후에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감사원 측은 "착수 시기는 자료수집 결과에 따라 유동적이다. 국감 이후에 진행될 것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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