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외환시장 안정조치가 단행되며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한 달 새 94억 달러나 줄었다. /연합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외환시장 안정조치가 단행되며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한 달 새 94억 달러나 줄었다. /연합

올들어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1200원을 넘어 가파르게 오르자 외환당국이 1분기에만 환율 안정을 위해 83억 달러 이상의 달러를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외환 방파제로 통하는 외환보유액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에만 94억 달러 이상 감소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382억8000만 달러로 전월 말의 4477억1000만 달러보다 94억3000만 달러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시기인 2008년 11월의 117억5000만 달러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이에 대해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국 달러 환산액과 금융기관의 예수금 감소, 그리고 외환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 등에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말하는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는 환율 방어를 의미한다.

외환당국은 올해 1분기 외환시장에서 83억1100만 달러를 순매도했다. 원화로 환산하면 10조원이 조금 넘는 액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예고에 원·달러 환율이 1분기 중 1240원대까지 뛰는 등 외환시장이 요동치자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를 내다판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당국은 환율이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한다. 하지만 환율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등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경우 시장안정 조치를 취한다.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달러를 사거나 파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외환당국의 달러 순매도 액수가 분기 기준으로 8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외환정책 투명성 제고 방안’에 따라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기 시작한 2019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앞서 외환당국은 지난해 3분기에도 환율 급변에 대응하기 위해 71억4200만 달러, 4분기에는 68억8500만 달러를 순매도한 바 있다.

미 연준의 통화긴축이 본격화된 올해 2분기에는 환율 변동성이 더 커졌고, 그만큼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도 강해졌기 때문에 달러 순매도 규모는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 연준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에 나선 이후 달러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원·달러 환율도 1300원을 넘나들고 있다.

달러가 외환시장 개입의 ‘실탄’으로 활용되면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3월 말 이후 4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6월 외환보유액을 자산별로 나눠보면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이 한 달 전보다 62억3000만 달러 줄어 3952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예치금은 192억3000만 달러로 26억4000만 달러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교환성 통화 인출 권리인 IMF 포지션은 44억2000만 달러로 6000만 달러 줄었다. 또 IMF 특별인출권인 SDR은 145억7000만 달러로 5억1000만 달러 감소했다. 금은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의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5월 말 기준 세계 9위다. 중국이 3조1278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과 스위스가 각각 1조3297억 달러, 1조411억 달러로 뒤를 이었다. 러시아는 56억 달러 줄어든 5874억 달러를 보유해 세계 5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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