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고부가 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K-조선 3사의 수주 특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선용 후판 가격 상승과 고질적 인력난이 슈퍼사이클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선. /한국조선해양
올해 들어 고부가 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K-조선 3사의 수주 특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선용 후판 가격 상승과 고질적 인력난이 슈퍼사이클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선. /한국조선해양

조선업계가 코로나19의 긴 불황을 견뎌내고 수주 호황을 맞는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의 천연가스 자원무기화로 유럽향(向)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크게 늘며 조선업계의 최고 효자 선종이자 고부가 선종인 LNG 운반선의 수주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원자잿값 상승과 극심한 인력난이 앞길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어 업계의 고민과 한숨도 함께 커지고 있다.

5일 조선업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전 세계에서 총 89척의 LNG선 발주가 이뤄졌다. 이는 표준선 환산톤수(CGT) 기준 767만8585CGT로 지난해 상반기의 148만6795CGT(18척) 대비 416% 급증한 물량이다.

이중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K-조선 빅3는 71%에 해당하는 544만4931CGT(63척)를 싹쓸이하며 LNG선 최강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해 동기의 수주량 143만3562CGT(17척)과 비교해 CGT로는 280%, 척수로는 370% 증가한 수치다. 지난달 전해진 빅3의 수주 소식만 3일 2척, 7일 6척, 9일 2척, 15일 2척, 22일 12척 등 24척에 계약금액은 총 6조7161억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수주한 물량으로 3사의 선박 건조공간(도크)이 만석을 이루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 같은 LNG선 수주 잭팟은 독보적 기술력 덕분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관계자는 "LNG선은 영하 163℃ 이하의 온도 유지와 LNG의 기화로 인한 소실량 최소화가 핵심기술인데 한국이 단연 세계 최고"라며 "극저온 LNG 누출시 폭발까지 일어날 수 있어 주요 선사들은 더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한국 조선소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수주 전망도 쾌청하다. 총 24조원 규모의 LNG선 발주가 예고된 카타르 노스필드 가스전의 LNG 프로젝트가 지난달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앞서 2020년 6월 카타르 국영석유회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QP)은 LNG 생산능력 확대와 맞물려 조선 3사와 100척 이상의 LNG선 슬롯 계약(도크 선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렇듯 쏟아지는 고부가 LNG선 일감에 3사의 수익성 향상 기대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 LNG선의 가격 상승세도 긍정적 요인이다. 일례로 17만4000㎥급 LNG선의 경우 2년전 1억8600만달러에서 지난달말 2억3100만달러까지 계약가격이 뛰었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선박 제조단가의 20%를 차지하는 후판(두께 6㎜ 이상의 선박용 철판) 가격이 급등한 데다 고질적 인력난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어 성장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실제 철광석과 제철용 원료탄 가격이 치솟으며 후판 가격은 1년 6개월새 3차례나 올라 톤당 12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초의 딱 2배다. 이로 인해 연간 4조원 넘는 수익이 증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조선 3사가 올 1분기에 모두 적자를 낸 것 역시 상반기 10~15%의 후판가 인상에 따른 1000∼4000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회계에 선반영한 때문이었다.

인력난은 심각성이 더하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의 자체 조사에 의하면 국내 조선소들의 인력은 조선업 활황기였던 2014년 20만3441명에서 지난해말 9만2687명으로 7년 사이 반토막이 났다. 업계와 정부의 노력에도 충원은 지지부진이다. 2016∼2019년의 불황기에 인력을 대거 구조조정한 여파가 크지만 용접·도장·설계 등 생산·기능인력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정주 여건이 열악한 조선업 취업을 꺼리는 것도 구인난 장기화의 이유로 꼽힌다.

현재 협회는 지난해와 올해의 수주 특수로 올 9월에 이르면 생산·기능직 필요인력이 사내협력사를 제외하고 4만7000명선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확보된 인력은 3만8000명대에 머물러 1만여명의 인력 부족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외적 악재인 원자잿값 상승은 차치하고라도 인력난을 조속히 해결하지 못하면 수익성 개선은커녕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LNG선 경쟁력마저 위축될 수 있다"며 "최근 시행된 외국인 노동자의 조선소 근무 요건 완화 정책에 더해 정부 차원의 좀더 적극적 인력 양성·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 고부가 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K-조선 3사의 수주 특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선용 후판 가격 상승과 고질적 인력난이 슈퍼사이클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선. /대우조선해양
올해 들어 고부가 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K-조선 3사의 수주 특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선용 후판 가격 상승과 고질적 인력난이 슈퍼사이클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선. /대우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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