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물량공세 덫에 걸려 올 갚아야 할 돈 최소 18조원
中, 확실한 '친중' 성향 아니면 부채 탕감 협상에 소득적 일관

지난달 29일 중국이 건설비 전액을 지원한 짐바브웨의 새 의사당 건물 앞에 사람들이 서 있다. 중국은 미국 등 서방을 견제하는 세계전략의 일환으로 아프리카에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 /신화=연합
지난달 29일 중국이 건설비 전액을 지원한 짐바브웨의 새 의사당 건물 앞에 사람들이 서 있다. 중국은 미국 등 서방을 견제하는 세계전략의 일환으로 아프리카에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 /신화=연합

중국이 짐바브웨에 1800억 원짜리 의사당 건물을 선사했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가 건설비 1억4000만 달러(약 1814억원) 전액을 지원한 짐바브웨 의사당 건설에 지난 3년 6개월간 중국인 기술자 500명과 현지 노동자 1200명 노동자들이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일환, 아프리카의 환심을 사려는 전형적인 물량공세로 평가된다.

이미 2012년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2억 달러를 들인 아프리카연합(AU) 본부 건물, 2019년 부룬디 공화국 대통령궁, 금년 5월 말 잠비아에 국제회의센터를 지어줬다. 에티오피아의 8000만 달러 규모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 본부 건설도 막바지 단계다. 중국은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아프리카 최소 40개국에서 186개의 정부 건물을 신축하거나 개조했다.

대부분 나라들이 차관 제공 등을 통해 진행하는 건설 프로젝트가 아프리카에선 ‘중국의 무상제공’이다.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 전략적 행위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해당 건물에 들어설 때마다 중국의 존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울러 "중국 기업들이 대개 통신 장비까지 다 설치해주기 때문에 잠재적 보안 문제를 가진다"고 걱정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세계은행(WB) 자료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개발도상국들은 올해 약 350억 달러(약 45조4300억 원)를 상환해야 한다. 이 중 최소 40%(약 18조원) 이상이 중국에 갚아야 할 부채다. 이마저도 추정치, 실제 더 불어난 상태라고 한다. 확실한 ‘친중’ 태도를 보이지 않는 한, 부채 조정을 위한 협상조차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투명성’이 부족한 것도 특징이다. "중국은 ‘계약 사실’ 자체부터 이례적인 수준의 기밀을 요구한다"고 미 조지타운대 애나 겔펀 교수가 연구에서 밝힌 바 있다.

차관 형식의 막대한 개발자금을 중국으로부터 제공받았을 경우 사태는 심각하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제위기 가운데, 중국 역시 고전 중이며 부채 탕감에 소극적이다. ‘부채 함정’에 빠진 개발도상국들은 공동개발한 인프라를 중국에 넘길 위기에 처했다. 일대일로의 주요 고리, 인도 남쪽의 섬나라 스리랑카에서 벌써 벌어진 일이다. 함반토타 항만 건설에 들어간 부채 11억2000만 달러를 못 갚아, 2017년 중국 국영기업 자오상쥐(招商局)에게 ‘부채 정리’ 조건으로 99년간 항만 사용권을 건네야 했다.

로이터통신은 "2017년까지 중국이 개도국에 제공한 대출·보조금 중 국제통화기금(IMF)이나 WB에 보고되지 않은 게 절반을 넘는다"고 전했다. 미국 국제개발연구소 에이드데이터 작년 자료의 ‘2017년 기준 일대일로 참여국 대출현황’에 따르면, 파키스탄 273억 달러, 인도네시아 203억 달러, 카자흐스탄 121억 달러, 말레이시아 84억 달러, 캄보디아 68억 달러, 케냐 63억 달러, 벨라루스 61억 달러, 스리랑카 55억 달러, 방글라데시 50억 달러, 에티오피아 41억 달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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