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명암'

독일 북부 루브민에 있는 ‘노르트 스트림 2’ 가스관. 러시아는 유럽연합(EU)에 석유·천연가스·석탄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국가로,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EU 전체 에너지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었다. /AP=연합
독일 북부 루브민에 있는 ‘노르트 스트림 2’ 가스관. 러시아는 유럽연합(EU)에 석유·천연가스·석탄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국가로,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EU 전체 에너지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었다. /AP=연합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각 나라마다 ‘명암’이 갈리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 규모를 자랑하던 독일의 월별 무역수지가 31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통일 이듬해인 1991년 이후 이어진 흑자 기록이 깨졌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5월 수출액은 전월 대비 0.5% 감소한 반면, 수입액이 2.7% 늘어났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가 10억 유로(약 1조 3500억원)가량 적자를 기록했다. 전월인 4월 무역수지인 31억 유로(약 4조 2000억 원) 흑자, 작년 5월 134억 유로(약 18조 1400억 원) 흑자 등에 비하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특히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며, 지난 5월 독일의 대(對)러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54.5%나 크게 늘었다. 동일 기간 대러 수출액은 29.8% 하락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기 위한 서방의 대러 제재 여파로 수출이 감소하고, 러시아를 비롯한 에너지 공급국으로부터의 수입은 늘어난 것이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봉쇄 조처로 대중 무역수지 또한 악화했다. 5월 기준 對中 수입액이 올해 1월과 비교해 35% 증가, 수출액은 소폭 증감세에 그쳤다. 영국의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 이코노미스트의 올리버 라코는 "모든 측면에서 현상 유지가 어려워졌다", "최근 거시경제 데이터를 보면 독일이 해외수요·원자재·에너지·중간재에 대한 해외공급에 얼마나 구조적으로 의존하는지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때 아닌 특수를 맞은 나라도 있다. 수에즈 운하를 가진 이집트는 운하 통행료 수익 집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며 물류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수에즈 운하를 통한 유럽행 석유·액화천연가스(LNG) 운송 선박이 늘었기 때문이다.

유럽은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끊고 카타르 등 중동지역의 석유를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운하가 붐비자, 이집트 당국이 LNG선·여객선을 제외한 전 선박종류에 대한 운항료를 6% 올렸다. 3월엔 최저 5%~최고 47% 추가 인상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021~2022년 회계연도(2021년 7월~2022년 6월) 기준 수에즈 운하 통행료 수익이 70억달러(약 9조685억원)였다. 이집트 수에즈 운하관리국(SCA)은 "전년(58억달러) 대비 20.7% 증가한 것이며 수에즈 운하 통행료 수익 사상 최고액"이라고 밝혔다. 운하를 통과한 선박수와 물류량 역시 사상 최고치다.

한편 미국 주도의 러시아산 석유 가격상한제를 주요7개국(G7)이 검토 중이지만, 회의론도 강하다. 러시아가 보복조치로 ‘석유 감산’을 취하면, 국제유가를 지금의 3배 이상 오르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2일 JP모건 보고서).

1월 3일(현지시간) 이집트 이스마일리아 인근의 수에즈 운하 구간을 한 화물선이 통과하고 있다. /신화=연합
1월 3일(현지시간) 이집트 이스마일리아 인근의 수에즈 운하 구간을 한 화물선이 통과하고 있다. /신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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